‘1인 창업’ 붐 일으켜 경제체력 다지기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 정부 ‘1인 창조기업’ 육성 배경과 세부내용

‘포스트 벤처사업’으로 일자리 늘리고

공장설립 특례규정 적용-아이디어 공개 경매

정부 조달시장에 수의계약 참여 등 다각 도움

6·25전쟁 때 황해도에서 건너온 김형건 할아버지(83)는 발효식품을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평생 막걸리에서부터 청국장까지 발효종균을 이용한 식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남 밑에서만 일했을 뿐 자기 이름을 내건 상품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도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여든 넘어 장독대문화사업단 황종환 단장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황 단장은 김 할아버지의 전통 기술을 알아보고 그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했다. 김 할아버지는 경남도교육청에 특강도 나간다. 조만간 자신의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청국장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황 단장은 “김 할아버지와 같은 발효식품 민간전문가 27명을 더 발굴했고 상업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에도 이 같은 사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 창출의 해법으로 보고 있는 ‘1인 창조기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김 할아버지처럼 개인의 기술이나 지식,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 비즈 뱅크’(IBB·Idea Biz Bank) 구축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 정부의 ‘벤처 거품’처럼 정부 주도 산업화 정책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전 국민 사장님’ 프로젝트=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1인 창조기업은 남녀노소와 상관없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전문기술, 지식, 지적재산권을 사업화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범정부 지식포털 사이트인 IBB를 만들어 개인들의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품 생산 및 서비스 판매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도 만들 계획이다.

아이디어 수집은 개인이 IBB에 직접 올리거나,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창업보육센터 등 오프라인 기구를 이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생활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물론 국가기술자격 보유자의 전문화된 기술, 문화·예술분야 창작물 등도 수집대상이다.

정부는 IBB에 올라온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드는 상품화형 △아이디어 자체를 파는 판매형 △서비스 제공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맞는 지원을 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론 △공장설립에 특례규정 적용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 대상에 포함 △케이블방송을 통한 제품 홍보 △아이디어 저작권 등록비 및 거래수수료 50% 지원 △아이디어 공개 경매 △1인 창조기업에 아웃소싱 발주 때 최고 300만 원 지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1인 창조기업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정부 조달시장에 수의계약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정부가 발주한 용역에 기업들이 1인 창조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경우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고용불안 해법 될 수 있나= 1인 창조기업 육성의 첫째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다.

하지만 상업화가 가능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평가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고, 자칫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생력이 떨어지는 미니 기업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1인 창조기업 육성방안의 궁극적 목표는 정부의 지원 없이도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거래되고 상업화될 여건 조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 당초 이달 초로 예정됐던 대통령 보고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늦췄다. 시범사업도 이에 따라 순연된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개인이 사이버 공간에 창의적 아이디어나 콘텐츠를 올려도 KT나 SK텔레콤 등 소수의 네트워크사업자가 수익의 대부분을 갖고 가는 구조를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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