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으로 먹고사는 시대 끝나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1월 수출 32.8% 급감 ‘사상 최악’

내수 키워 체질 바꿔야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이 현재와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10년 전 환란을 겪고 수출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축적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번에는 수출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 윤우진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수출산업의 고용기여도가 현격하게 낮아지면서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 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세계경제 호황을 지탱했던 ‘글로벌 불균형’, 즉 미국 등 선진국의 과소비와 아시아 신흥국의 수출 주도 성장이라는 순환구조가 금융위기를 맞아 허물어지면서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는 것이다.

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1월 수출은 지난해 1월에 비해 32.8% 줄어든 216억9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별 수출입 통계가 남아 있는 198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2009년 첫 달부터 29억69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한 달 만에 적자로 반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금융위기가 끝나더라도 미국인이 과거와 같은 과소비 행태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도 과거와 같은 수출주도형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수출의존도는 기형적으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40.8%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지난해 63.5%까지 상승했다. 반면 내수를 뜻하는 민간소비의 GDP 비율은 지난해 48.4%로 수출과 내수 간의 격차가 사상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수산업 인프라를 육성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10여 년 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제구조를 개선하기는 했지만 이제 ‘제2의 구조개편’이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내수를 목표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교육 의료 관광 같은 서비스업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본부장은 “중장기적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수출과 내수가 조화되는 산업구조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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