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마광수의 ‘정직’을 배우자

  • 입력 2009년 1월 4일 21시 56분


《지난해 10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온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은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이 된 파생금융상품의 규제를 반대한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TV에 비친 그린스펀은 매우 힘이 빠진 모습이었으며 자신의 실책을 인정할 때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자신의 실책을 인정한 용기는 돋보였다. 그럼으로써 그는 후임자가 해결책을 내놓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의 후임자인 벤 버냉키 의장도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필자는 작가 겸 교수인 마광수 씨를 좋아한다. 단 한 번 그를 만나본 적도,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솔직함은 한국 사회에서 매우 드문 사례였고 용기 있는 승복이었다.

2007년 한국 사회에 큰 문제가 된 학술논문이나 예술작품 표절을 놓고 모 대학총장, 모 장관후보 등 그 누구도 자기 잘못을 초기에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마광수 씨만 유일하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한국 사회에서 정직의 가치는 조금씩 올라가고 있지만 선진국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데모를 하다 연행된 학생들에게 한 형사가 학생군사교육단(ROTC) 후보생은 즉시 귀가시킬 테니 손을 들라고 했다. 당시 ROTC 후보생 규칙은 데모를 못하게 했다. 그러나 너무나 솔직한 한 친구가 손을 들었고, 그는 끝내 ROTC에서 제적돼 하사관으로 군복무를 해야 했다.

3공화국 시절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실력자 L씨. 그가 건국 초기 군사영어학교 재학 중 교육 시간에 미국인 교관이 모든 교육생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뒤 학력을 속인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해방 직후 어지러운 사회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력을 속였다고 한다. 유일하게 L씨만 손을 들었고 이는 그가 그 후 미군 당국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정직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정직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한국은 정직의 가치나 용기 있는 실수를 인정하는 문화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과거 10년 간 수많은 제도와 법령이 나왔지만 상당수가 성공하지 못했거나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정책이 틀렸다고 인정한 사람이 없었다. 용기 있는 정책 책임자가 자기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했다면, 그 후임자가 힘을 얻어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가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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