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잿더미 속에서도… 꽃피운 투자 있었다

  • 입력 2008년 12월 23일 19시 33분


정모(38) 씨는 요즘 송년회에 나가면 '인간문화재' 대접을 받는다. 친구들이 가입한 국내외 주식형펀드는 모두 원금의 절반가량이 날아갔지만 정 씨가 3000만 원을 투자한 '베어마켓인덱스펀드'는 올해 들어 최근까지 4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 정 씨가 가입한 펀드는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리버스펀드'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C아파트 60㎡(18평형)는 아파트 값이 최근 몇 년간 1억 원 정도에 묶여 요지부동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최근까지 8000만 원이나 뛰었다. 1년간 연 80%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낸 셈.

올해는 투자자에게는 최악의 해였다. 국내 및 해외주식은 물론 대부분의 부동산도 가격이 폭락, 연간 물가상승률(4.7%추정) 이상의 수익률로 최소한 자신의 자산의 가치를 지키거나 불린 투자자를 찾기 힘들다.

하지만 산불이 휩쓴 잿더미 속에서도 생존한 나무가 있듯 이 와중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와 부동산이 있다. 이 자산들은 경기호황 때는 투자자의 주목을 별로 끌지 못했거나 철저히 소외당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꾸로 펀드 선전

지난해 증시 활황을 타고 큰 인기를 끌었던 주식형펀드는 올해 증시 폭락으로 수익률이 바닥을 기었다. 연초 이후 19일까지 평균수익률은 국내주식형펀드가 ―37.37%, 해외주식형펀드는 ―49.96%에 이를 정도로 성적이 초라하다.

하지만 베어마켓인덱스펀드나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 시장상황에 따라 채권과 주식 비율을 탄력적으로 배분해 투자하는 절대수익추구형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청개구리' 속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 베어마켓인덱스펀드는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 이후 22일까지 베어마켓인덱스펀드의 유형 평균수익률은 32.52%였다. 한국투신운용이 내놓은 '한국부자아빠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파생상품A-1'은 수익률이 39.18%나 됐다.

이 펀드는 지수선물과 옵션거래를 통해 주가지수가 내릴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도록 설계돼 올해 같은 급락장에서도 수익률이 좋았다. 물론 지수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내려가기 때문에 주기를 잘 타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 이들 펀드 11개의 순자산은 모두 합쳐도 200억 원 정도로 50조 원인 국내주식형펀드에 비하면 규모는 작다.

국내채권형펀드도 올 들어 최근까지 7.1%의 수익률을 보여 올해 정부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4.7%를 넘었다. 채권형펀드는 원금손실 우려가 거의 없지만 상승장에서는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이 낮아 지난해와 같은 대세 상승기에는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주식 관련 자산이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빛을 발했다.

절대수익추구형펀드는 절대수익률을 정해 놓고 시장상황에 따라 편입자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장점 때문에 연초 이후 최근까지 2.2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금리가 연 5% 중반대인 시중은행 정기예금이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보다는 낮지만 원금 손실은 나지 않고 선방했다.

●부동산 대세 하락 속 쥐구멍 볕 떠

부동산자산의 디플레(자산가격 하락)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올해 서울 강북과 인천, 경기북부 지역은 소규모 아파트 값은 상당폭 상승했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던 이들 소외 지역은 소형 저가주택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10.84%)와 도봉구(11.56%), 강북구(8.94%) 등은 뉴타운 개발 등의 호재에다 일부 투기세력까지 가세해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의정부시(17.64%)와 양주시(16.61%)는 올해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격 급등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이동한 '풍선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올 초 시세가 6000만 원 선이던 양주시 백석읍 S아파트 102㎡(31평형)는 현재 1억2000만 원으로 100%나 폭등했다. 인천지역도 저평가 매력에다 도심재개발 등의 호재로 연초 이후 최근까지 평균 6.31% 올랐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은 "내가 돈을 넣으려고 하는 자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면 좋은 수익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라며 "대중을 따라 몰려다니기보다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저평가 자산을 찾아내 투자하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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