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단기계약 나타나는 등 잠재 수요자들 눈치작전

  • 입력 2008년 12월 1일 02시 59분


수요자는 “집값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은행들은 “회수 걱정…대출 조건 강화”

건설사는 “청약률 뻔한데… 분양 미뤄”

아직 ‘시계0’…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에서 처음 분양한 울트라건설의 ‘참누리’ 아파트. 10월 청약에서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모았지만 실제 계약률은 70% 선에 그쳤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2기 신도시 중 가장 입지가 좋은 곳으로 평가받은 광교신도시가 계약률이 낮다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아직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 3개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아파트 청약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물량을 제외하고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대출제한도 크게 완화됐지만 지역과 상관없이 일제히 청약 미달사태를 빚고 있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세가 멈추고 있지 않은 데다 분양가보다 싼 급매물이 나오면서 신규 청약에 대한 매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정부 대책에도 지방은 청약률 ‘제로(0)’

30일 금융결제원과 국민은행에 따르면 정부가 서울 강남 3개구를 제외하고 전국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 해제한 ‘10·21 건설대책’ 발표 이후 분양된 전국 28개 단지 가운데 인천 청라지구 ‘호반베르디움’(620채)을 제외한 27개 아파트 단지가 순위 내 미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권 전매의 수혜를 볼 것으로 주목을 받아온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서 분양한 ‘신계 e-편한세상’ 아파트도 기대에는 못 미쳤다. 지난달 19∼21일 1∼3순위에서 일반분양 241채(특별공급분 제외) 중 3채가 미달돼 청약률이 기대에는 못 미친 것. 특히 이 기간에 분양한 지방의 7개 단지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청약률 ‘제로(0)’로 조사됐다.

주요 2기 신도시의 청약 일정도 미뤄지고 있다. 2006년 첫 분양이 이뤄진 뒤 공사가 한창인 판교신도시에서 대우건설 등이 올해 말에 분양 예정이던 900여 채도 내년 초로 연기됐다. 8월 첫 분양에 들어간 김포한강신도시도 올해 안에 경남기업과 우미건설 등 7개 회사가 수천 채를 공동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포기했다.

○ 은행권도 대출 꺼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정책이 먹히지 않는 것은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불안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면서 분양가 이하로 나오는 매물이 늘어나 오히려 기존 청약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 나가면 분양가 이하 매물이 즐비한데 청약통장을 써가며 신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당분간 청약시장 침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 청약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주가와 펀드가 반 토막 나면서 돈줄이 막혀있는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가 은행권에서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 가격의 60% 선에서 대출해줘도 집값이 지금처럼 계속 떨어지면 나중에 80%, 90%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겠느냐”며 “은행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채권 미회수에 대한 우려가 커져 대출 조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정부대책과 상관없이 결국 국내 경기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주택 구매의 잠재수요자들이 모인 전세시장에서는 최근 단기 계약을 통해 바닥이 확인되면 곧바로 매수에 나서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경기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면 부동산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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