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 위기를 기회로 바꾼 회사들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GS건설이 최근 카타르 메사이드 산업단지 내에 준공한 석유화학 플랜트.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던 다른 건설사와 달리 GS건설은 1999년 LG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며 고부가가치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키웠다. 이를 통해 건축·주택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구조를 재편했으며, 최근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이끌고 있는 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최강자로 올라섰다. 사진 제공 GS건설
GS건설이 최근 카타르 메사이드 산업단지 내에 준공한 석유화학 플랜트.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불황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던 다른 건설사와 달리 GS건설은 1999년 LG엔지니어링을 합병하며 고부가가치의 플랜트 사업 부문을 키웠다. 이를 통해 건축·주택부문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구조를 재편했으며, 최근 제2의 해외건설 붐을 이끌고 있는 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최강자로 올라섰다. 사진 제공 GS건설
GS건설- 외환위기때 플랜트 집중 투자… 시장 선두로

캐논- 수익성 최우선 방침으로 디카 등 중심 사업 재편

인텔- 어려울 때 신제품 투자 더 늘려 경쟁사 AMD 추월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 힘잃자 ‘프리미엄 방문판매’ 새방식 개발

자동차 경주는 코너링에서 승패가 갈린다. 직선주로에서는 누구나 빨리 달릴 수 있지만 곡선주로에 접어들면 진정한 실력 차가 드러난다. 코너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돈 레이서는 다시 직선주로가 시작됐을 때 탄력을 받으며 경쟁자와 격차를 더욱 벌린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좋고 소비가 풍요로운 환경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소비 심리가 얼어붙는 불황기에는 ‘정면 승부’가 펼쳐진다. 한계 기업은 사라지고, 불황을 이겨낸 기업은 호황기가 왔을 때 훨씬 탁월한 실적을 낸다.

불황이 끝나고 기업 순위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맥킨지가 2000년대 초 경기침체기 전후의 미국 기업을 분석한 결과, 불황 이전 상위 25%에 속한 기업 가운데 40%가 과거 시장 지위를 상실했다. 반면 하위 75%의 기업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떠올랐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2호(12월 1일자)는 극심한 불황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은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 핵심에 집중하라

1995년 일본 경제는 복합적인 불황에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기업 상당수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1980년대 차입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했던 캐논 또한 적자폭은 계속 늘고, 재무 상황은 악화되어 갔다.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상상하기 힘든 놀라운 카드를 꺼냈다. 일본 기업의 최고 관심사였던 매출과 시장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수익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경영 원칙을 발표한 것. 이를 위해 △돈 안 되는 사업에서 과감히 발을 뺀다 △수익을 올리고 운영비용을 줄여 재정 건전성을 제고한다 △핵심 사업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세 가지 경영 지침을 세웠다.

캐논은 우선 PC, 액정표시장치(LCD), 광(光)저장 메모리카드 등 7개 사업을 정리했다. 동시에 디지털카메라, 복사기, 프린터 등 세계 1위의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이를 통해 캐논은 ‘신개념 상품’인 디지털카메라와 소형 복사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일본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2001년 도시바, 후지쓰, 소니 등이 적자와 구조적 문제로 시달릴 때 캐논은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순이익과 매출을 올리며 최고의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체질을 강화하라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최상위 건설업체에 비해 뒤처져 있던 GS건설(당시 LG건설)은 외환위기 이후 이어진 건설업계 불황기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사례다.

1990년대 초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그룹 내 엔지니어링사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 등에서 해외 플랜트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동남아 지역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사업은 대부분 중단됐고 타격을 받은 국내 기업들은 엔지니어링 부문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GS건설은 오히려 1999년 LG엔지니어링을 합병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 합병이 동반 부실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경영진의 의지는 확고했다.

건축과 주택사업 비중이 70%에 이를 만큼 편중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의 전문 인력을 확보해 국내 1위의 종합건설사로 성장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합병이 효과적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GS건설은 엔지니어링 부문을 합병하고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반사이익까지 얻은 데다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한 결과 이듬해인 2000년 다른 건설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매출과 순이익을 전년보다 20% 이상 늘렸다.

현재 GS건설은 수익 구조의 30% 이상을 플랜트 부문에서 달성할 정도로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재편했으며 플랜트 부문에서만 지난해 수주 3조7300억 원, 매출 1조9900억 원을 달성하며 플랜트 분야 1위로서 제2의 해외 건설 붐을 이끌고 있다.

○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하라

불황기에 많은 기업이 신규 투자를 망설인다. 하지만 뛰어난 기업은 불황을 기술 및 서비스 차별화의 기회로 활용해 경쟁자의 허를 찌른다.

인텔은 2001년 정보기술(IT) 업계 불황기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자인 AMD의 추격을 따돌렸다. AMD는 불황기 이전에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투자에 심혈을 기울여 매출 성장이 인텔의 3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불황이 닥치면서 AMD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신규 설비투자를 멈췄다. 반면 인텔은 최신 제품에 대한 투자를 계속했으며, 펜티엄4 프로세서에 대해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결국 다음해 AMD는 인력을 15%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인텔은 시장 1위 업체라는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1995년 일찌감치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간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은 최신 기술과 신제품 개발, 치밀한 시장조사 등을 통해 1995년 외환위기 도중에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올린 사례다.(1995년 21.6%→2000년 29.3%)

이 회사는 1996년 국내 최초로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해 불황 극복에 큰 도움을 받았다. 또 외환위기로 대형마트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부상하며 기존 방문판매 조직이 힘을 잃자 백화점 브랜드인 ‘설화수’를 내세워 프리미엄 방문판매라는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발하며 고객 기반을 넓혔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불황을 기회로 활용한 모든 기업은 5∼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그린 원대한 비전을 구체화하고, 이에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찾아 실행에 옮겼다”며 “불황기 극복을 위한 단기적 위기 대응도 중요하지만 리더는 미래를 보는 혜안과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송기홍 모니터그룹 M2C Asia 대표

▼“수요를 늘리자고 함부로 값내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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