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무 부서 따로 따로 혁신도 비용절감 수준”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 국내외 500개 기업 CIO ‘IT-비즈니스 통합’ 설문

“IT와 비즈니스 접목 안돼” 57%

《“장애 없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시스템 개선 요구에 대응하는 것만으로 버겁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경영 혁신의 중요성을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기업과 학교 등에서 IT를 담당하는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들이 해외의 CIO보다 기업의 경영혁신에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국내 CIO들의 고백이다.》

삼성SDS와 프랑스의 세계적인 IT 서비스업체 캡제미니가 국내외 500개 기업(공공기관 포함)의 CIO를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CIO 서베이 2008’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보다 IT 기반의 중요성을 훨씬 더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CIO들은 경영전략을 짜거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 한국 CIO 70% “IT 펀더멘털 높다”

한국의 CIO들은 자사(自社)의 IT 펀더멘털(인프라 관리, 시스템 운영, 업무 지원 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 CIO의 70%는 IT 펀더멘털에 대해 ‘매우 높음’ 또는 ‘높음’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기업의 CIO 중 56%만이 같은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현업 및 경영진이 IT 기술을 경영 혁신을 추진하는 핵심 요소라고 인식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한국 CIO 중 76%가 ‘적극적 동의’ 또는 ‘동의’라고 밝혀 해외 CIO의 72%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은 실제 경영환경의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CIO 10명 중 6명은 ‘IT를 비즈니스에 접목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IT가 독립적 주체로서 경영전략 수립에 참여하지 못하거나(12%), 참여하더라도 제한적인 영향을 줄 뿐(45%)이라고 답했다.

해외 CIO 중에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은 약 40%에 그쳐 한국과는 약 20%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한국 기업에서는 현업과 IT 조직 사이에 높은 벽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 시너지 효과 의문

글로벌 제약회사인 A사는 기업 혁신을 위해 지난해 새로운 CIO를 영입한 뒤 IT 부서 내에 ‘IT-비즈니스 관계 파트’를 별도로 개설했다. 이를 통해 흩어져 있던 IT 조직을 표준화하고 △예산 수립 및 통제 △변화 관리 △품질 관리 △구매 △성과 관리 등 모든 부문에서 업무 부서와의 협력을 이뤄냈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업무부서와 IT 조직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한국 기업의 CIO들은 ‘외부 IT 협력업체들이 비즈니스 혁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58%가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인식 미흡’을 꼽았다.

경영진 및 업무부서가 IT 조직에 바라는 개선사항으로는 ‘업무지원 효과성’이 3.4점(4점 만점)으로 가장 높아 IT 조직을 여전히 핵심 조직이 아닌 지원 조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CIO는 신상품 개발이나 신시장 개척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혁신 대상으로 초점을 옮겨가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IT 혁신활동의 중점을 비용 절감 및 내부운영 효율화에만 국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기업 전체 인력에서 IT 인력이 차지하는 비율도 한국 기업은 1.1%로 글로벌 기업(2.1%)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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