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국내 기상도…IT-제약 ‘맑음’… 철강-車 ‘흐림’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新재생에너지 관련 대미수출 늘어날 듯

자국산업 보호 강화땐 섬유업도 먹구름

‘정보기술(IT)과 신(新)재생에너지는 맑음, 섬유와 철강은 흐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의 산업별 명암(明暗)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노동 및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등 종전보다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띤 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돼 한국에 미칠 영향도 업종별로 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KOTRA 관계자는 “오바마 후보 당선에 따른 정치적 영향보다는 미국의 경기침체 정도가 한국 제품의 미국 수출 및 투자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오바마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에 따라 세부 산업별로는 희비(喜悲)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풍력 터빈 등 친환경 제품 ‘호재’

5일 KOTRA 및 민간 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한국의 IT산업은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인이 공약으로 연구개발(R&D)부문 세금우대, 미국 전역에 차세대 광대역 통신망(브로드밴드) 설치 등을 내건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IT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대미(對美)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오바마 당선인이 ‘청정기술 개발 투자 및 500만 녹색 일자리 창출’ 공약을 실행에 옮기면 국내 풍력 터빈 및 베어링, 태양에너지 모듈 제조회사는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미국에서 환경 및 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의 녹색성장 기반 구축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력기자재 산업도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따라 미국의 노후화된 전력시설 확충 방안이 마련되면 앞으로 3∼5년간 전력기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 LS전선과 대한전선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제약산업도 중장기적으로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당선인이 신약 가격 인하와 복제약(제네릭의약품) 처방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LG생명과학과 한미약품, 동아제약 등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 철강 제품 반덤핑 규제 강화 가능성

반면 철강산업에는 오바마 후보 당선으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KOTRA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국 철강업계에는 한국과의 철강무역에 불공정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며 “전반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함께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업계에도 우호적 여건이 마련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정부가 위기에 빠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구제하기 위해 폭넓은 지원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럴 경우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호전돼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산업의 ‘빅3’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섬유도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타깃은 중국산 섬유가 되겠지만 한국산 섬유의 대미 수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경제계 반응

▼한미경협 진전 기대

보호무역주의 우려▼

한국 경제계는 5일 버락 오바마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 한목소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조기에 비준될 수 있도록 힘써 줄 것을 기대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오바마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다소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오바마 당선인이 주요국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오바마 대통령 체제에서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와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한 한미 FTA 등 한미 간 중요 현안이 발전적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한미 FTA 비준과 북핵 문제 등 양국 현안이 조속히 해결돼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길 바란다”며 “당선인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세계경제를 안정시켜 우리 기업의 대외 수출 여건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양국 경제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될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을 위해 힘써 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우리 정부도 FTA가 조속히 비준될 수 있게 하고, 북-미 관계 개선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 강화에도 힘써 주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한미 FTA 체결 등 양국의 경제협력 과제가 차질 없이 진행돼 양국 경제가 활성화되고 좀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환영 메시지를 통해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미 의회에서 가능한 한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당선인이 의회를 설득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오바마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한국의 해외무역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으로 75%에 이르는 데다 미국으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미 수출에 타격이 생기면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기간도 장기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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