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런 시세판에 새파래진 투자자… “내일 오는게 두렵다”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모니터에 비친 ‘수심’모두의 간절한 희망과는 달리 24일 코스피 1,000 선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한 직원이 곤두박질친 증시 그래프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모니터에 비친 ‘수심’
모두의 간절한 희망과는 달리 24일 코스피 1,000 선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한 직원이 곤두박질친 증시 그래프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3년 3개월여 만에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진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사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연합사진
3년 3개월여 만에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진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증권사 앞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연합사진
■ 코스피 1000 붕괴되던 날

문 열리자마자 곤두박질… 개미들도 투매로 돌아서

“묻어두고 기다릴 수밖에” 펀드 가입자들 자포자기

기관들 순매수도 힘못써 어제 하루 61조 허공으로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에 한없이 절망감에 빠져듭니다. 기회는 오는 것 같은데 가진 현금은 없고 내일이 무섭습니다.”

3년 3개월여 만에 코스피 1,000 선이 무너진 24일 증권 관련 웹사이트는 투자자들의 한탄으로 가득했다. 증시 고점(高點)이던 지난해 10월 집 판 돈을 국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반 토막이 난 사연, 유학비로 모은 9000만 원을 펀드와 주식에 넣었다가 2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한 청년의 하소연까지 하나같이 절절한 사연들이다.

○ 개장 10분 후부터 폭락 시작

개장 직전까지 증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2%가량 반등했다는 호재(好材)로 “1,000 선은 지키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많았다. 하지만 오전 9시 거래가 시작되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개장 직후 2분간 2포인트 정도 오르던 코스피는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 개장 10분 만에 30포인트 급락했다. 기관투자가의 매수를 압도하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오전 10시쯤에는 하락폭이 40포인트로 커졌다.

코스피는 1,000∼1,010 선에서 불안한 등락을 거듭하다 오전 9시 50분 처음으로 1,000 선이 무너졌다. 이후 1시간여 동안 1,000을 약간 상회하던 코스피는 오전 11시 반부터 하락폭이 커졌고 990도 힘없이 무너졌다.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자 급락장에서도 꿋꿋이 주식을 사던 개인들이 주식을 내던지기 시작했다. 오후 2시 반을 넘기면서 코스피는 930대로 추락했다.

○ 절망에 빠진 투자자들

서울 지역의 증권사 객장에서 폭락장을 지켜보던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흥분해 직원들에게 욕을 하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1,300 정도로 떨어졌을 때 증권사가 ‘물타기 투자’를 권유한 데 대해 분노를 터뜨린 투자자도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아예 대응할 힘을 잃은 듯 자포자기 상태로 폭락을 관망했다. 평가손실이 커져 환매시기를 놓친 펀드 투자자들은 “‘비(非)자발적’ 장기 투자자의 길로 들어섰다”며 답답해했다. 교보증권 압구정지점 관계자는 “펀드를 환매하기보다 적립식 납입을 중지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려는 투자자가 많다”며 “손실이 큰 중국,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이제 항의전화 하는 것도 지쳤는지 전화가 뜸해졌다”고 말했다.

○ 기관투자가 순매수에도 폭락 진정 안돼

이날 증시에서는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연기금(3596억 원)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가들이 3497억 원어치를 순매수(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했다. 하지만 패닉(심리적 공황)에 빠진 시장 상황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후 2시 26분 925.57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장 막판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낙폭이 조금 줄어 938.7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만에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61조1481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증시의 판 자체가 깨진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패닉이 진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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