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높은 입찰가’ 승부 갈라

  • 입력 2008년 10월 25일 03시 01분


■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어떻게 진행됐나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4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국내 대기업들은 눈독을 들였다. 세계 조선업계 3위라는 위상에다 지난해 3212억 원의 순이익을 낸 대우조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포스코, 두산, GS, 한화의 4파전으로 시작됐다. 포스코와 GS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고, 최근 잇따른 M&A로 몸집을 불린 두산은 ‘다크호스’로 분류됐다.

하지만 두산은 밥캣 인수 후의 자금 부담 등으로 매각 공고가 나기 나흘 전인 8월 18일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독자적으로 인수할 여력이 없었던 STX도 컨소시엄 구성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결국 뜻을 접었다.

3파전으로 좁혀지는 듯했던 인수전은 현대중공업이 예비 입찰 3일 전에 전격 가세하면서 다시 4파전으로 바뀌었다.

대우조선 인수전은 본입찰 마감 4일을 앞둔 9일 다시 요동을 쳤다. ‘2강(强)’으로 평가받던 포스코와 GS가 전격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한 것. 이때만 해도 사실상 승부가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본입찰 마감 직후인 13일 오후 6시 45분 GS가 입찰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컨소시엄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는 다음 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단독 입찰하기로 결정했지만 산업은행은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포스코의 입찰 자격을 박탈했다.

후보가 한화와 현대중공업 2곳으로 좁혀지자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입찰가격과 입찰자의 경영능력, 인수 후 발전계획 및 시너지, 자금조달계획, 노사관계 안정계획 등 가격과 비가격 평가항목을 따로 평가한 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종합했다.

승부를 결정적으로 가른 것은 ‘가격’이었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은 “한화의 가격이 매각 예상가격을 상회했다”며 “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미루어 짐작해 달라”고 말해 한화 측이 현대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음을 시사했다.

비가격 평가항목의 경우 한화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정치권에서 빚어진 한화의 인수자격 시비도 일단 검증 대상에 올랐다.

정 부행장은 “한화의 입찰자격 문제는 예비입찰과 본입찰 적격자로 선정할 때 결정이 난 것이고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다”며 “도덕적, 사회적 기준에 대한 문제는 매각추진위원회에서 비가격 평가항목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화는 과거 공적자금 지원과 대한생명 인수 때 이면계약 논란 등 인수 자격에 관한 일각의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더 비싼 값을 써내 승자(勝者)가 됐다. 한화가 비교적 쉽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는 포스코와 GS의 중도 탈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영상취재 : 김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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