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혼돈의 금융시장, 기다림도 투자다

  • 입력 2008년 9월 30일 20시 16분


두려움과 혼란이 가득한 금융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덜 입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발 금융 쇼크로 전 세계 증시가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단기 악재에 의한 일시적 패닉 상황이다', '긴 약세장의 시작일 뿐이다'라는 등 전망도 엇갈린다. 지금의 불확실한 금융시장에서는 섣부른 전망보다는 기다리면서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정답이라는 의견도 많다.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 피터린치는 "13년 간 나는 아홉 번의 주가하락 시기를 겪었다"며 폭락을 이기는 방법으로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펀드, 환매도 가입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해외 신흥국 펀드는 손실 규모가 큰 만큼 지금 환매하기보다는 장기간 보유하면서 수익률을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했다.

단 거치식으로 투자한 해외펀드 중 수익 난 펀드가 있다면 반등 시 환매해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라는 의견이 많았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은 "당장 결혼 자금으로 써야하는 등의 급한 자금이 아니라면 환매를 자제하고 기다려야 할 때"라며 "부결된 미국의 금융구제안이 수정 작업을 거쳐 다시 통과될 것으로 가정하면 구제 안 통과 뒤 단기적으로 반짝 글로벌 증시가 살아날 수 있는데 이 때가 환매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펀드 신규 가입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라는 조언이 많았다. 지금은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신규 투자를 할 만한 적당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은 "올해는 증시 전망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장이기 때문에 막연히 저점이라고 판단해 신규 투자하는 것은 피하라"며 "신규 가입을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큰 흐름을 확인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호전돼 펀드에 새로 가입을 한다면 변동성이 큰 해외 펀드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기를 추천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ELS보다는 CMA, MMF, 정기예금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펀드(ELF)는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상품으로 꼽혀 올해같은 약세장에서 큰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이러한 파생상품 투자를 조금 미루라는 의견이 많다.

이보다는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종합관리계좌(CMA), 시중은행 정기예금을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국내 MMF, CMA는 외화자산에 투자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만큼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접적 영향은 받지 않아 안전한 편이다. 특히 국채, 토지공사, 도로공사 등 국공채에 투자하는 상품은 원금을 떼일 염려는 거의 없다.

김창수 하나은행 재테크팀장은 "길게는 내년 하반기까지 시장 상황을 안 좋게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만큼 지금부터 3~6개월간 긴 호흡을 갖고 위험자산을 줄이라"며 "유동성 자산인 MMF와 CMA에서 일부를 떼어 내 확정형 자산인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해 놓고, 해외 펀드에서 일부 환매한 금액을 MMF와 CMA에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주식 직접투자는 금융자산의 20% 내외로

주식 직접투자는 꼭 하고 싶다면 전체 금융자산의 10~20% 안팎에서 우량주 위주로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그러나 해당 종목에 대한 확실한 전망과 지식이 없다면 직접투자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활용한 간접투자가 낫다고 조언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최근 국내외 유동성 부족으로 금리가 많이 오른(채권값은 하락) 채권은 국공채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경준 차장은 "환율이 당분간 불안정하면 자금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는 만큼 채권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회사채보다는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해야 한다"며 "채권형 펀드도 지금은 가입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화예금 가입해 분할 매입

자녀를 해외에 유학보낸 기러기 가족들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달러 환율 때문에 고민이 더욱 많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세가 바로 꺾일 가능성이 낮은 만큼 환율이 조금씩 떨어질 때 나눠서 매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아직 외화예금에 가입해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가입해 차곡차곡 외화를 모아야 한다. 외화예금은 미국 달러는 물론 엔화, 유로, 호주달러, 캐나다달러 등 다양한 외화로 예금을 해뒀다가 필요할 때 송금할 수 있는 상품이다. 환율이 하락했을 때 분할 매입했다가 환율 상승기에 한꺼번에 송금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예금이자도 받을 수 있다. 송금은 인터넷뱅킹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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