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에 밀리고 국내 저가품에 쫓기던 브랜드 가구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샌드위치 10년’ 벗어나 부활 날갯짓

한샘 10년새 매출 2.4배로 성장

사무전문 퍼시스 “고급화로 승부”

리바트-보루네오도 옛 명성 회복

가구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한샘, 리바트, 에넥스 등 유명 브랜드 가구업체는 중국산 저가(低價) 제품과 국내 소규모업체의 제품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였다.

그러나 주요 브랜드 가구업체의 최근 10년간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가구업계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를 바닥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5∼1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으로 전체 브랜드 가구시장의 매출액은 1998년 9000억 원대에서 지난해 2조 원대로 성장했다.



○아웃소싱 vs 자체 제작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 소매 판매 강화 등은 브랜드 가구업계가 선택한 공통적인 전략이다.

최근 한샘, 리바트, 에넥스가 각각 온라인 브랜드인 ‘하우위즈’, ‘이즈마인’, ‘에니’를 선보인 것은 소매 판매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소매 판매는 특판(건설사에 대량 납품하는 방식)보다 마진이 높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가구업계 1위는 한샘으로 4155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1998년(1737억 원)에 비해 2.4배로 성장한 수치다.

특히 한샘은 1997년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현재 인테리어 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 아웃소싱을 통해 침실, 거실, 서재 등에 쓰이는 인테리어 제품을 만든다”며 “인테리어 제품은 유행에 민감하고 제품 주기가 짧기 때문에 아웃소싱 제작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주방가구 중심의 에넥스와 사무가구 전문기업인 퍼시스의 꾸준한 성장세도 눈에 띈다.

사무가구 분야에서 국내 1위인 퍼시스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국내에서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퍼시스 측은 “생산되는 제품은 3만여 가지인데 그만큼 제작 공정이 다양해 사람 손이 많이 간다”며 “공장을 해외에 두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단순 공정을 자동화 기기로 대체하는 대신 한 개에 100만 원이 넘는 의자를 개발하는 등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브랜드 가구 전망 밝다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리바트는 1990년대 가구업계의 최강자였지만 외환위기 당시 합병, 분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체질 개선을 통해 현재는 2위를 달리고 있다.

리바트는 특판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소매시장에도 적극 진출하면서 지난해 3405억 원의 매출을 올려 1998년 매출액(3625억 원)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법정관리, 인수합병, 경영권 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보루네오도 각종 문제들을 하나둘 해결하면서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보루네오의 강점은 20여 개 국가에 걸친 탄탄한 해외 영업망이다. 지난해 매출액 1912억 원 중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약 200억 원. 국내 가구업체 중 가장 많은 해외 수출액을 기록했다.

에몬스, 까사미아, 장인가구 등 연매출 400억∼500억 원대의 중소 가구업체들도 선전하고 있다. 에몬스는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쳐왔고, 장인가구는 소매 중심의 영업을 강화해 왔다.

공태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높은 인지도와 검증된 역량을 갖춘 브랜드 가구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커지겠지만 소규모 가구업체들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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