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안 부러운 ‘정유 코리아’

  • 입력 2008년 8월 4일 03시 02분


‘수출효자’ 에쓰오일 정유제품 딜러들

“10명이 상반기 63억달러 어치 팔아”

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에쓰오일 정유제품팀.

서효원 정유제품팀 부장은 오전 8시 출근하자마자 뉴스 단말기를 켰다. 밤사이 거래된 유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31일(현지 시간) 거래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先物)은 전날보다 배럴당 3.12달러 떨어진 123.98달러였다. 유가는 7월 3일 배럴당 145.29달러보다 14.6% 떨어진 수준이었다.

서 부장은 “국제유가 하락세가 대세인지 단정하기 이르다”면서도 “유가 하락세는 경기 침체로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정유사 입장에서는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므로 반드시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제품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1등 공신’인 만큼 유가 하락에 맞서 고부가가치 제품과 신규 시장 개척으로 맞서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정유제품팀원 10명이 상반기(1∼6월)에 수출한 석유제품은 총 63억 달러(약 6조3630억 원)로 에쓰오일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웃돈다.

잠시 후 정유제품팀 노진열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싱가포르 석유제품 트레이더가 “ULSD 원 카고”라는 주문을 했다. ULSD는 황 함량이 50ppm 미만의 ‘초저유황 경유’로 이를 30만 배럴을 사고 싶다는 뜻이다.

노 씨는 “몹스(MOPS) 플러스 원 달러”라고 답했다. 몹스는 싱가포르 항공유로 모든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날 몹스는 120.71달러로 프리미엄 1달러까지 얹으면 121.71달러에 팔겠다는 뜻.

올해 초 3달러 수준이던 ULSD 프리미엄은 최근 1달러대로 떨어졌다. 석유제품 판매 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내수에 집중했던 일본 정유사들이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자체 기술이 없던 중국 등이 대규모 정제설비 신증설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에쓰오일 측은 “환경 규제의 벽이 높은 유럽, 일본 시장에 맞춰 황 함량을 낮춘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통해 활로를 개척할 방침”이라며 “이들 지역에 대한 수출액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웃돌 정도”라고 밝혔다.

또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석유제품에 대한 관세 6%가 폐지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서 부장은 “한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있어 운송비만 해도 상당하지만, 관세 폐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대내외 여건이 안 좋아지긴 했지만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석유제품 대표 수출국의 위상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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