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FTA, 개별협상력 약화 초래”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0분


한국국제경제학회 토론회, MB 정부에 쓴소리

“의도적 원화약세정책, 물가상승 내수위축 불러”

“한국에서 환율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도적으로 환율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며 긍정적인 효과도 얻었지만 외형적인 팽창에 치중하면서 절차적 투명성 확보, 여론 수렴 등에 소홀해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불했다.”(이경태 국제무역연구원장)

13일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외환정책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창규 교수는 정부의 고환율 정책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급격한 원화가치 절하(원화 환율 상승) 정책은 물가 상승뿐 아니라 내수 위축과 그에 따른 고용 악화 효과도 가져온다”며 “물가 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환율이 외부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외환시장에서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 혼선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를 비롯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환율에 대해 엇갈린 태도를 보여 불확실성을 키웠던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를 비판했다.

이경태 원장은 ‘MB 정부의 대외경제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FTA 협정 과정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미 FTA는 공개적인 논의 없이 협상 개시를 발표해 추진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 줬고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여론의 반대도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가 동시다발적인 FTA를 추진하며 일어나는 부작용을 ‘스파게티 접시 효과’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여러 국가와 동시에 FTA를 체결하면 국가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 통관 절차, 표준을 확인하는 데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FTA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또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은 대내외 협상 역량을 분산해 개별 협상에서 최대 성과를 도출할 수 없게 하고 대내 갈등 조정도 미흡해 비준 거부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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