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정부 ‘원만한 해결’ 입장에 고무된듯

  • 입력 2008년 5월 1일 02시 56분


지난달 29일 론스타는 HSBC와 맺은 외환은행 지분 매매 계약 시한을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론스타는 이 문제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과 한국 금융당국의 태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에 있는 론스타 코리아 사무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달 29일 론스타는 HSBC와 맺은 외환은행 지분 매매 계약 시한을 3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론스타는 이 문제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과 한국 금융당국의 태도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빌딩에 있는 론스타 코리아 사무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환은행 매매 계약 ‘한시적 연장’ 속내는

5, 6월 외환카드 항소심 판결 예상

금융권 “재판후 매각결정 내릴수도”

7월말 넘기면 계약파기 배제 못해

론스타가 HSBC와 외환은행 지분 매각 계약을 한시적으로 연장한 배경에 대해 금융권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양측이 지난해 9월 맺은 계약에 따르면 올해 4월 말이었던 계약 종료일 이후에도 계약의 효력이 유지돼 굳이 계약을 연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론스타, 3개월만 더 기다려보자?”

론스타가 HSBC와 계약을 3개월 연장한 것을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정된 기간을 정해 금융당국의 태도를 한 번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최근 “론스타 문제의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이 새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관한 리트머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이전 정부와 달리 가능한 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론스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 ‘외환카드 주가조작 소송’의 최종 판결 이후 HSBC의 지분 취득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지난 정부 때 모습과 상당히 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론스타가 올해 상반기(1∼6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카드 주가조작’의 항소심 판결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항소심 판결에서 론스타의 유죄가 인정되고, 론스타가 상고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이 ‘대주주로서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론스타에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려 론스타가 지분을 팔 기회가 생긴다는 시나리오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있다면 외환카드 항소심 판결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이르면 연내에 나올 헐값 매각 소송의 1심 결과를 본 뒤에야 금융당국이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 무효가 되는 헐값 매각 소송의 결과를 보지 않은 채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적어도 헐값 매각 1심에서 무죄를 확인한 뒤에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헐값 매각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실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원천무효’로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의 해결 의지”라고 말했다.

○ “3개월 뒤 재연장은 어렵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느 시점까지 계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계약 파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7월 말까지 정부의 결정이 나지 않으면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HSBC와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공개 재입찰보다는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분할 매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기 위해 론스타가 재입찰을 통해 국내 은행과 다시 계약을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우려해 지분 취득을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입찰이건 지분매각이건 HSBC가 계약을 파기하면 국내 은행에 외환은행 지분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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