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남덕우]삼성 사태를 보면서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삼성이 5개월간의 검찰 및 특검 수사 끝에 기소됐고, 삼성 측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경영진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을 폐지하는 등의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종교, 시민단체는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부실 특검이었다고 비난하는 한편 삼성에 대하여는 “불법, 편법, 탈법 사실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몇 가지 소감을 말하고 싶다.

특검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먼저 검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 하여 특검을 실시했는데 특검 수사마저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이 바라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특검을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물론 특검의 수사가 완벽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완벽하지 못한 것은 특검뿐 아니라 모든 기관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법원 판결에도 오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자기의 주장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다 하여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판결을 경멸한다면 법치주의, 나아가서 민주주의는 설 땅이 없어진다. 특검의 임무는 범법 행위를 가려내 처벌하는 동시에 증거 없는 비방이나 오도된 정서를 바로잡는 임무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본다.

둘째로 일부 언론이 삼성의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런 잘못된 경영 아래서 삼성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떻게 수월성으로 정평(定評)을 받게 됐고 이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일류 기업으로 발전해 종업원 2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었는지도 독자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삼성 경영방식의 효능과 한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고 또 다른 기업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비판자들은 삼성의 그릇된 경영행태가 결국은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것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법적 측면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삼성 경영방식의 공과를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삼성의 경영방식은 앞으로 내외 학계의 연구과제가 될 것 같다.

셋째로 일부 언론들은 삼성의 지배구조, 경영권 승계 등 기업의 내부문제를 들춰내 이러니저러니 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 창의를 중시하는 자유기업주의의 원리다.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기업의 내부문제에 간섭하는 것은 기업의 창의와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하기야 공기업의 경우에는 납세자인 국민이 그 경영방식을 비판하고 개선을 위해 정부 당국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은 공기업이 아니다. 삼성이 합법적으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를 어떻게 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다만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기업의 창의성까지 꺾어선 안돼

끝으로 삼성의 피의자들을 구속하지 않았다 하여 특검이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종전과 달리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으로 알고 있고, 구속하지 않았다고 해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기업체제 아래서는 파렴치범이 아닌 경제범(안전, 위생과 관계없는)에 대해서는 가급적 신체 벌보다 벌금과 같은 경제 벌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학설도 있다.

문제는 비판자들이 기업과 시장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생산과 소득, 고용을 창출하는 국민경제의 주역인데 그들에게 허물이 있다고 사정없이 돌을 던지거나 고해성사를 강요한다면 비단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사기를 잃고 기업 하기 힘든 나라를 떠나려 할 것이다. 오늘의 반(反)기업 정서가 문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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