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는 국정개혁]<3>공공부문

  • 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지방지원 예산까지 구조조정… 경제살리기 쏟아붓는다

《공공부문 개혁의 성역이 없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중앙정부 예산 절감으로 개혁의 시동을 건 뒤 연기금 비용 절감과 공기업 민영화를 거쳐 이젠 지방정부 지원 예산에까지 ‘칼’을 들이대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 감축의 범위가 일반회계 예산만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특별회계(균특회계)로까지 확산되는 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히 고위 관료들은 이 대통령이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역설하고 나서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 이 대통령 “공공 개혁은 대통령부터”

이 대통령은 13일 “사회 지도층에서 시작된 변화가 물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아래로 확산돼야 진정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부터 먼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 경험했듯 위에선 그냥 있으면서 아래에만 요구해서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통령인 저부터 먼저 변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은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을 확실히 구분해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대부분 민간에 넘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부문 개혁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 하나다.

개혁을 통해 정부가 방만하게 집행해온 자금과 인력을 크게 줄여 공공부문의 효율성부터 높인다는 것이다. 이는 민간에 대한 불필요한 정부 간섭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와 시장의 효율성도 높이게 된다. 나아가 정부 지출을 줄이면 그만큼 민간 수요로 대체되면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

현재 중앙정부 예산과 연기금 예산을 10% 줄이는 방안은 사실상 마무리돼 15일 국무회의에 관련 내용이 상정된다. 각 부처는 올해 예산을 2조 원가량 줄이고 내년에 18조 원을 감축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등 60개 연기금은 사업비와 경비 지출 규모를 10%씩 줄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런 부처 예산과 연기금은 국회 심의를 받는 사실상의 중앙부처 재원이란 점에서 예산 삭감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반면 균특회계 예산은 그렇지 않아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의 호주머니에서 떡을 뺏어 오는 것이어서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국토해양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지식경제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균특회계 예산을 조정토록 했다. 최근 지자체 재정 담당자들을 불러 모아 이 같은 예산 절감 방침을 전달했다.

절감 대상에는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이나 전문대 특화사업 지원 등 직전 정부가 추진해온 주요 사업이 많이 포함돼 있다. 시급하지 않거나 효율성에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면 축소하거나 다른 분야로 예산을 돌려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재정부는 이어 지자체 예산도 10% 줄이도록 방침을 정하고 이달 18일경까지 구체적인 절감 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 공기업 구조조정 ‘태풍 전야’

공기업은 과거 ‘신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조직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지적에 따라 이번 공기업 구조조정에는 경영 주체를 바꾸는 큰 틀의 개혁에서부터 급여 수준을 내리는 조직 운영상의 미세조정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일반 공기업의 합병 및 민영화 △정부 소유 은행 민영화 △인사 및 급여 수준 조정 △해외여행 제한 △연금제도 개혁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처가 공기업 인사에 개입해 낙하산 인사를 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금융 공기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3년 내 민영화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시한을 맞추려면 산업은행만 떼어 파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 다른 은행들은 각각 팔 수도 있고, 이른바 ‘메가뱅크’로 합한 뒤 매각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보다 조건이 크게 유리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공무원연금의 구조도 바뀐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새로 임용되는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과 같은 구조를 적용하고, 기존 공무원에게는 ‘더 내고 덜 받는’ 새 구조로 바꾸는 개혁안을 6월 임시국회에 낼 예정이다.

또 최근 사장들이 대거 사표를 내 빈자리가 많아진 공기업 사장과 임직원에 대한 인사도 상반기(1∼6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효율성 대 공공성 논란

공공부문 개혁이 진행되면서 효율성과 공공성 중 어느 것이 우선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공기업 개혁을 시도할 때마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건 공공성을 강조하는 공무원들의 조직적 반발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정부 출범 초기여서 개혁 목소리가 우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효율성-공익성 문제에 대한 실사구시적 접근에 실패할 경우 ‘일방적 개혁’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3월 ‘공공성 논리와 정부 팽창행위’라는 논문을 통해 “공공성이란 용어가 한국 사회에선 경쟁을 배제하고 정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 [속도 붙는 국정개혁]〈1〉경제 현안
- [속도 붙는 국정개혁]〈2〉교육정책 수술
- [속도 붙는 국정개혁]〈3〉공공부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