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체 광고대행사’ 속속 부활

  •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0분


국내 주요 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한 ‘인 하우스(기업 내)’ 광고대행사를 속속 다시 설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고업계의 판도도 적지 않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5월경 마케팅 전문회사인 SKMC(가칭)를 설립한다. SK그룹이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를 갖는 것은 1998년 자회사인 태광멀티애드를 다국적 기업인 TBWA사에 넘긴 지 10년 만이다.

400∼500명으로 꾸려질 SKMC가 대규모 인력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광고업계에 연쇄적인 인력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사촌인 LG벤처투자 구본천 부사장은 지난해 말 광고대행사 ‘엘베스트’를 설립했다. LG벤처투자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기는 했지만, 광고업계에선 사실상 LG그룹의 인 하우스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인 LG애드를 2002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다국적 광고그룹인 WPP사에 매각한 바 있다.

주요 그룹의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 체제 복원의 시발점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었다. 외환위기 직후 자체 광고대행사인 금강기획을 영국계 기업(CCG)에 매각한 바 있는 현대그룹이 2005년 광고대행사 ‘이노션’을 설립했다.

SK그룹 인 하우스 대행사가 5월 설립되면 기존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 등을 포함해 사실상 선두권 5개 주요 그룹이 10년 만에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 체제로 복귀하는 셈이다.

이들 외에도 두산그룹(오리콤), 대상그룹(상암커뮤니케이션즈), 한화그룹(한컴) 등도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인 하우스 광고대행사가 효율적인 그룹 홍보와 이미지 통합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며 “주요 기업 대주주나 고위 경영자들이 광고에 관심이 높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이 광고대행사 복원에 나섬에 따라 기존 광고업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광고비는 연간 2000억 원대. SKMC가 이 광고를 도맡을 경우 단숨에 광고업계 5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노션은 2005년 설립 첫해 총 취급액 기준 9위에서 이듬해 3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인 하우스 대행사의 등장은 중소 광고대행사에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전문 광고인력의 유출도 막아야 할 형편에 놓였다.

한 광고대행사 임원은 “외국계 대행사 및 중소 광고대행사의 인력난과 함께 업체 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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