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생쥐머리 추정 이물질 새우깡’ 한달동안 쉬쉬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직원이 이물질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농심 노래방 새우깡을 진열대에서 빼내고 있다. 농심은 노래방 새우깡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김미옥 기자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직원이 이물질이 검출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농심 노래방 새우깡을 진열대에서 빼내고 있다. 농심은 노래방 새우깡의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김미옥 기자
농심이 ‘노래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온 사실을 지난달 중순에 입수하고서도 한 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농심은 또 이물질이 검출된 제품 중 일부만 수거하면서도 사과문에는 해당 제품 전량을 폐기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사건 축소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충북의 한 소비자가 소매점에서 산 400g짜리 대용량 포장 ‘노래방 새우깡’에서 16mm 크기에 털이 붙어 있는 이물질을 발견했다고 농심 측에 알려왔다.

‘노래방 새우깡’은 중국 칭다오(靑島)의 농심 현지공장에서 만든 반(半)제품(반죽)을 들여와 국내 공장에서 튀기는 마무리 작업과 포장을 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라고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일반 새우깡이나 매운 새우깡, 쌀 새우깡은 이와 달리 국내에서 만든 반제품을 사용한다.

농심은 이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수거한 뒤 성분 분석을 하는 등 자체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발표가 있기 전에는 제품 회수 등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이물질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도 해당 제품과 같은 원료로 만든 새우깡이 시중에 유통되도록 한 달 동안이나 방치해 둔 셈이다.

농심은 이 기간에 자체적으로 해당 제품의 마무리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공장과 중국 현지공장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물질의 정체와 유입 경로 등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농심은 또 18일 손욱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낸 사과문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전량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실제 수거 대상은 이물질이 나온 제품과 1월 31일경 함께 생산된 2만5719상자로 한정됐다. 지난달 이후 농심 부산공장에서 출고된 ‘노래방 새우깡’은 14만 상자에 이른다.

농심 관계자는 “문제의 이물질이 중국산 반제품에 섞여 들어왔는지, 생쥐 머리가 맞는지 등이 정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수거 및 폐기 범위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심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생산 공정과 외주 단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새우깡이 아니라 쥐머리깡 아니냐’며 농심 제품 불매운동 조짐까지 내비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노래방 새우깡’이 150억 원어치, 일반 새우깡이나 매운 새우깡 및 쌀 새우깡은 모두 600억 원어치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선 이물질 검출 사실이 알려진 17일 오후부터 ‘노래방 새우깡’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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