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관리 컨설팅으로 재도약 해야죠”

  • 입력 2008년 1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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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제 기자
김경제 기자
한국 근무 12년… 재일교포 2세 손문생 한국후지제록스 사장

“고용을 많이 한 기업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없으면 투자한 기업만 바보가 됩니다.”

9일 서울 중구 정동 배재빌딩에 있는 한국후지제록스 손문생(57·사진) 사장의 집무실을 찾아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기업문화와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봤다.

재일교포 2세인 손 사장은 일본 후지제록스에서 26년간 근무하다 12년 전 한국에 왔다.

○ “한국 비즈니스문화 바뀌어야”

한국후지제록스는 1974년 일본 후지제록스가 국내 기업과 합작해 세운 회사다. 1970년 일본 후지제록스에 입사한 손 사장이 한국에 온 것은 1996년. 영업본부장(상무)으로 한국에 발을 디딘 이듬해 터진 한국의 외환위기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 측 합작업체가 경영을 포기하면서 한국에 눌러앉게 된 것.

그는 한국 생활 10년 만인 2005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사이 성장을 거듭한 한국후지제록스는 지난해 매출 4363억 원으로 국내 업계 매출 1위와 컬러 디지털 복합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매출의 절반가량인 2244억 원은 수출을 통해 이뤄졌다.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그는 “11년 전만 해도 양식이나 일식 음식점은 대부분 호텔에만 있어 먹는 것 때문에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두 나라의 기업문화 차이를 묻자 그는 “한국은 생활이든 일이든 너무 결과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계속 하는 것이 힘이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했다. 일본 기업은 결과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

한국의 비즈니스문화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업의 가장 큰 투자는 고용”이라며 “비용을 따져서 싼 것만 찾고 인맥과 접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일도 게임처럼 즐겨라”

한국후지제록스 노동조합은 2001년 무분규를 선언했다. 여기에는 손 사장의 ‘현장 중시’ 경영과 노사 간 허심탄회한 대화가 한몫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말이 서툴러 한동안 일본어나 영어를 잘하는 직원과 주로 대화를 나눴는데 회사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현장을 자주 찾아 현장 직원들과 대화를 자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도 ‘현장’을 중시했다고 한다.

손 사장은 “경영진과 노조는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함께 가는 것”이라며 “다만 경영진이 운전을 잘하려면 노사가 서로 불편한 게 있을 때 얘기해 해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추구하는 기업은 ‘강하고, 재미있고, 정다운 회사’다. 고객에게 만족과 이익을 주는 강한 기업, 직원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기업, 사회에는 정다운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재미있는 기업’ 만들기를 첫 번째 항목으로 꼽았다.

그는 “회사가 일을 강요하면 재미없을 것”이라며 “만일 회사가 직원에게 월급을 주고 공간(사무실)도 주고 게임을 하게 해 준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성과가 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새해 들어 복사기, 프린터 제조업체 정도로 알려져 있는 한국후지제록스의 변신을 선언했다. 문서보안 솔루션과 문서관리 토털 컨설팅 시장에 진출해 재도약한다는 것.

그는 “한국 기업의 사무 생산성 향상에 공헌할 수 있도록 글로벌 문서관리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기존 사무기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것. 올해 이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 70억 원의 3배 수준인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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