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한국 기업들, 굴뚝산업 ‘활활’… 해외 영토확장 ‘훨훨’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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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각 그룹은 ‘글로벌 경영’ 등을 내세우며 힘차게 출발했지만 ‘삼성 사태’를 비롯한 대형 악재로 고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 측면에서는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호황에 힘입어 대부분 그룹의 실적이 개선됐고, 현대중공업 등 일부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또 활발한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지키는 경영’에서 탈피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 글로벌 기업 도약… 중견 그룹 약진

올해는 무엇보다도 철강 조선 기계 등 기초산업(굴뚝)의 활약이 돋보인 한 해였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중국 특수(特需)로 수주 물량이 11월 말 기준 246억 달러로 사상 최고 규모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1∼9월 영업이익 증가율이 10대 그룹 중 1위에 올랐다. 주가 역시 실적을 반영해 10일 현재 작년 말보다 약 217% 급등해 10대 그룹 중 2위였다.

포스코도 실적, 주가 그리고 경영진에 호재가 잇따르는 한 해였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10월 세계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국제철강협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올해 2분기(4∼6월)에는 분기 실적으로 2004년 4분기(10∼12월)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두산그룹은 기계 업종의 호황에다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M&A를 성사시키는 개가를 이뤄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약 49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밥캣 등 잉거솔랜드 3개 사업 부문을 성공적으로 인수하고, 2012년까지 건설기계 분야 ‘글로벌 톱 3’ 도약을 선언했다.

10대 그룹 밖에서는 M&A로 영토 확장에 나선 STX그룹과 유진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STX는 10월 세계 최대 크루즈선 조선소인 노르웨이 아커야즈사(社)를 인수해 세계 조선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유진그룹은 서울증권 로젠㈜ 한진통운 등 올해에만 6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유통업 진출을 눈앞에 뒀다.

주요 그룹별 올해 실적 및 주가 추이 (단위: %)
구분매출액 증가율(%)영업이익 증가율(%)주가 상승률(%)
삼성 5.37―13.9219.45
현대·기아자동차 8.10 15.3413.79
SK 7.02―10.1247.41
LG10.96600.8781.80
롯데 8.43 10.12 4.16
GS―4.17 ―6.1280.27
금호아시아나 9.32 7.15261.58
한진10.08 43.64 73.73
현대중공업25.03112.22217.66
한화27.63 59.01 97.62
두산 6.82 25.60127.70
올해 1∼9월 실적 기준,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주가 상승률은 2006년 말 주가 대비 올해 12월 10일 종가 기준. 상장 계열사 기준.
자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 재기에 성공하고, 투명 지배구조 다지고

지난해 회장 구속 여파로 순탄치 않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올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다.

정몽구 회장은 ‘여수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며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중국2공장의 완공, 현대자동차의 체코공장 기공 및 터키공장 확장 등 해외생산기지 확대에 주력했다.

LG그룹도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딛고 ‘부활’하는 데 성공했다. LG전자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주력 3개 계열사의 올해 1∼9월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7배로 급증하는 놀라운 실적 향상을 보였다.

SK그룹과 GS그룹도 고유가에 힘입어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는 호황을 누렸다. 특히 SK그룹은 7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하면서 투명한 지배구조와 함께 안정적인 경영권도 확보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로 그룹의 덩치가 커진 가운데 실적 호전과 지주회사 전환 등 겹호재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 일부 그룹 악재에 고전… “잊고 싶은 한 해”

삼성그룹은 올해 이건희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맞아 유례없는 위기를 경험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삼성SDI 등의 실적 부진에다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봄에는 실적 악화, 여름에는 반도체공장 정전사고, 가을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태, 겨울에는 원유 유출 사고 등 ‘사계절 악재’로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삼성 특검법이 도입되면서, 내년에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화그룹은 올해 초 글로벌 진출 전략을 발표하면서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김승연 회장 구속이라는 암초를 만나 ‘시련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올해 재계는 사건 사고 측면에서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면서도 “경영 측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안정 지향 대신 모험을 선택하는 등 전기(轉機)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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