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드’ 검은색 패션 겨울 거리 점령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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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신발까지 온통‘블랙’…“소비자 패션감각 높아진 것”분석도

《갑자기 단체 조문(弔問)이라도 나선 것일까. 올겨울 거리는 온통 블랙 열풍이다. 옷은 물론이고 액세서리, 신발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상가(喪家)’ 스타일이 거리를 점령했다. 겨울이면 계절감을 살린 브라운이나 카키, 그레이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10, 20대를 중심으로 레이어드 룩(겹쳐 입기)에 어울리는 블랙 의류가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젊은이들이 블랙이 상징하는 패션코드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 블랙 열풍

여성 캐주얼 쿠아는 올해 가을 겨울 제품 물량의 40%를 블랙 색상으로 내놨다. 제일모직의 구호는 블랙 제품 비중을 지난해 20% 선에서 30%로 확대했다. 스포츠 의류도 블랙을 포인트 색상으로 썼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상·하의 전체를 블랙으로 구성했다.

FnC코오롱 김학윤 차장은 “올 하반기 블랙 색상 제품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렸는데 판매율은 20% 넘게 신장해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블랙 열풍은 올여름 집중됐던 해외 유명 컬렉션에서 감지됐다. 도나 캐런, 캘빈클라인, 구찌 컬렉션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은 가을 겨울 컬렉션을 블랙으로 가득 채웠다.

삼성패션연구소 조윤희 책임연구원은 “블랙은 단순함을 강조하는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색상”이라며 “최근 2, 3년 새 절정을 이뤘던 로맨티시즘이 쇠퇴하고 체형을 날씬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블랙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 패션지수 높은 젊은 세대

패션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블랙의 유행에 대해 한국인의 양극화된 소비패턴을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상·하의를 한 브랜드에서 세트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겉옷은 고가(高價) 제품을, 셔츠와 같은 이너웨어는 값이 싼 브랜드 제품이나 보세 매장에서 구입하는 하이브리드형 소비패턴을 보인다는 것. 이 때문에 외투는 어느 색과도 잘 어울리는 블랙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인의 패션지수가 높아진 것도 블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패션트렌드 컨설팅업체인 IF네트워크 김해련 사장은 “예전에는 상·하의를 모두 블랙으로 입는 것을 장례식 패션이라고 해서 금기시했지만 요즘 10, 20대 소비자들은 ‘올 블랙(all black)’으로 멋진 옷 입기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블랙 의류의 주 소비층은 10, 20대 젊은 세대들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영캐주얼 전체 판매 비중의 70%가 블랙, 화이트의 무채색 계열 제품이다.

○ 소비경기 회복 조짐?

일부 패션 전문가는 ‘블랙 열풍’을 소비 경기 회복과 조심스레 연결짓는다.

서울전문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권형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불경기에 블랙과 같은 어두운 색이 유행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블랙은 경기가 회복될 때, 파스텔 색상은 경기가 침체됐을 때 유행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최근 3, 4년간 유행한 패션 아이템은 만화 주인공이 프린트된 티셔츠나 파스텔 색상의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의류였다. 소비자들이 적은 돈으로 자신을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의류학과 이인성 교수는 “올겨울 펄(진주) 느낌이 나는 소재나 금색 실이 섞인 블랙 의상이 인기를 끄는 것도 고급스럽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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