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전국 대학교 93% 산학협력단 운영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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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기술과 인력을, 기업은 자금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해 성과의 열매를 맺는 게 이상적인 산학협력 모델이다.

아직까지 국내 산학협력은 걸음마 수준이다. 대학과 기업의 관계는 ‘죽음의 계곡’에 비유될 만큼 손발이 잘 맞지 않는 관계였다.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 30여 개의 법규가 마련돼 최근 2, 3년 사이에 산학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보다는 기업 수요에 맞는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과 인재 확보에 더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대학은 잇따라 산학협력단을 설치하고 있으며 기업으로 기술을 이전한 성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산학협력 어디까지 왔나

○ 아직 전문성 부족 단순 행정처리 수행역할 그쳐

기업과 학교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산학협력단을 설치한 대학이 급속히 늘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전문대 이상 358개 대학 가운데 93%인 333개 대학이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13개 대학은 산학협력 중심 대학으로 선정돼 지역과 연관된 산학협력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양대는 산학협력단 안에 마케팅팀과 사업화팀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특허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변리사까지 고용했다. 부산대는 산학협력단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전임교원을 채용하는 전담교수제도를 도입했다.

산학협력단은 인력양성과 연구개발, 기술이전·사업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 10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있고, 핵심적인 기술이전 업무는 3, 4명이 맡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산학협력단이 많은 편이다. 산학협력단은 외부 기업의 기술 수요를 파악해 대학 보유 기술을 팔아야 하지만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교수와 기업이 연결되고 난 뒤에야 이를 지원하는 행정처리 업무만 수행하는 곳이 많다.

○ 기술이전 건수 매년 증가… 수입은 미미한 수준

산학협력의 대표적인 지표인 기술이전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총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2007년 발행된 ‘2005년 대학산학협력백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전국 132개 대학의 기술이전 건수는 2003년 210건에서 2005년 587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기술이전 수입료는 19억7300만 원에서 63억2300만 원으로 증가했다.

기술이전 건수나 기술이전료 수입이 산업협력단의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기술이전 수입료와 학교기업 수익금 등으로 산학협력단이 운영 경비를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지만 기술이전 수입료가 산학협력단의 운영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2005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 대학 중 기술이전료 수입 13위를 차지한 하버드대의 한 해 실적은 약 190억 원(2003년 기준)에 달한다.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대학은 132개 대학 중 55개 대학(41.7%)에 불과했다. 2005년 기준으로 기술이전 건수에 따른 대학별 순위는 고려대(139건), 서울대(50건), 한양대(47건), 성균관대(33건), 연세대(33건), 한국과학기술원(22건) 등이었다.

다만 대학에 기술이전 전담조직이 설치된 2003∼2004년 이후 기술이전 실적이 늘어난 것에 대학과 정부는 기대를 걸고 있다.

○ 기업의 산학협력 참여 목적

이공계 분야의 대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다는 인재 확보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최고경영자(CEO)가 대학 특강에 나서는 것도 인재 때문이다. 최고경영자 특강으로 ‘미래 신입 직원’들의 관심을 끌어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의 참여를 늘리는 방식이다.

대기업은 자체 기술력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도입보다는 인재 확보에 주력하는 것. 특히 이공계 분야에서는 우수 인재를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과 대학의 산학협력이 ‘화학적 결합’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6년 4월 회원사 238개 기업의 인사·연구개발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기업의 산학협력 현황 및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애로점은 ‘기업과 대학이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18.3%)였다.

기업은 실질적인 역량강화와 연구개발을 위해 산학협력을 추진하지만 대학은 목적 의식이 부족하고 협력과정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기업의 일반적인 평가였다.

현장 수요 반영 미흡(15.2%), 대학의 역량 및 인재 등에 대한 정보 부족(14.3%), 정부 지원 등 산학협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13.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동 연구개발을 할 때 어려움으로는 대학보유 기술·자원의 실용성 부족(33.2%)과 기업 기밀보호문제(27.3%) 등이 지적됐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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