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기업은 끌고 대학은 밀고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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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제약은 현재 2가지 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신약 개발 과정 중에 변수가 워낙 많아 성공을 확신하기는 힘들다. 연 매출액 370억 원대(2006년 기준)의 중소업체가 신약 개발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산학협력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성균관대 약학부 지옥표 교수 연구팀으로부터 봄맞이꽃에서 추출하는 천연항암제에 대한 특허를 이전 받았다.

국내 항암제 시장이 매년 15% 정도 성장하고 있어 개발에 성공한다면 매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前)임상 단계를 끝내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1상 시험 신청을 낼 예정이다.

다른 한 건의 항암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의 산학협력 결과물이다.

현재 전임상 시험과정을 끝내고 임상1상을 준비 중이다.

신약은 기초탐색과정→전임상 시험과정→임상1상 시험→임상2상 시험→임상3상 시험→임상4상 시험을 거쳐 개발된다.

대학은 기초탐색과정에 해당하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고 기업은 독성시험 등의 전임상 시험과정과 사람에게 시험하는 임상 시험 과정을 맡은 것이다.

기초연구 분야가 약한 중소 제약회사는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드는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대학은 기술 이전 자금으로 신약후보물질의 지속적인 탐색이 가능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은 이런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기술을 외국 기업으로 수출하기도 한다.

상생(相生)의 선순환 구조는 기업과 대학 사이에서도 가능하다.

대학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연구 인력을 갖춘 곳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우수 인재를 양성해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은 기술과 인재를 흡수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신기술 개발-인재양성 꽃피우는 산학협력의 현장

○ 대학에서 미리 회사 체험

‘상생경영’ 기사목록

▶ 기업은 끌고 대학은 밀고

▶ 특별기고/산학협력-교류가 미래의 경쟁력

▶ 전국 대학교 93% 산학협력단 운영

▶ 삼성전자 - 국무총리비서실 직원들도 수강

▶ 中企 기술-경영 상담 언제든 환영합니다

▶ 생명과학대 세계 50위권으로 육성 ‘큰 걸음’

▶ 의류 패션 인재 런던-뉴욕-파리 연수 공들여

▶ 대학은 R&D 창고…대학과 상생하는 식품-주류업계

▶ 기업은 아이디어 얻고 학생은 입사때 가점혜택 받고

▶ ‘Tech Day’ 통해 기술공유하고 교통안전 위해 봉사

▶ 대학에 연구관 짓고 미래 핵심기술 개발 주력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창의관 7층에는 LG전자의 연구개발(R&D)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30여 명의 대학원생과 5, 6명의 교수들이 LG전자로부터 의뢰받은 각종 신기술을 연구한다. 국내 학생뿐만 아니라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브라질 등 외국에서 온 연구 인력도 있다. LG전자의 책임연구원들은 수시로 이곳을 방문해 신기술 동향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LG전자가 이른바 ‘LG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재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고 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학부생일 때 ‘LG특론’이라는 1학기 강의와 졸업 직전 1학기 동안 LG전자 사원으로 일하는 ‘장기 인턴과정’을 거쳤다.

LG특론은 LG전자의 책임연구원들이 학부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 현황 등을 소개하는 옴니버스 방식의 강좌다. 특론을 수강한 학생들은 졸업 마지막 학기를 LG전자에서 보내게 된다. LG전자 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 김윤흥 인사기획그룹 과장은 “일반 인턴과정과 달리 신입사원과 똑같은 연구업무를 부여받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 중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있으면 고려대의 LG전자 R&D센터에서 ‘주문형 석사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학비는 물론 월 생활비도 지원받는다.

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맞춤형 ‘두뇌’ 함께 만듭니다

지난해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거친 연구 인력들이 입사를 시작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고려대와 아주대 등 7개 대학에 LG트랙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매년 연구 인력의 20% 안팎을 이런 방식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정보통신 트랙’ 프로그램을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북대 부산대 등 14개 대학에서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필요한 기술을 제안하면 각 대학에서 이에 맞춘 교과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정보통신 트랙에 선정된 교과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삼성전자 정보통신 분야 입사 때 혜택을 받는다.

○학과까지 개설할 정도로 인재 요구 높아

산학협력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인재 양성’이다. 특히 이공계 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산학협력 관련 업무는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학의 산업인력 양성이나 이공계 전문인력 육성, 이공계 영어교육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과정에 대한 조사·분석 업무가 주를 이룬다.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 양성은 참여 주체 모두에게 이점이 있다. 기업은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학교에 제시함으로써 재능을 갖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대학은 최신 기술을 교과에 반영할 수 있고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안내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가고자 하는 진로에 대해 미리 알아볼 수 있고, 실무형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최근에는 학과까지 개설할 정도로 인재양성 분야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에 휴대폰학과 대학원을 설립했고, 연세대에는 휴대폰전공과정을 개설했다.

휴대폰학과 대학원에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과 임원급 인력이 공동 지도교수로 참여한다. 휴대폰학과 대학원에는 휴먼 인터페이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모바일 헬스 등 5개 연구 그룹이 있는데 각 그룹별로 삼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 학생 선발과 논문 주제 선정, 논문 심사, 진학 및 취업 지도 등에 삼성전자 임원들이 참여한다. 세부 커리큘럼과 전공 과정 운영에 관한 사항도 삼성전자와 대학이 공동으로 결정한다.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대학원에 설치된 휴대폰학과는 매년 휴대전화에 특화된 석사 40명과 박사 12명을 배출한다. 이 학과 학생들은 등록금 전액은 물론 학비보조금을 지원 받는다. 과정을 마치고 나면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에 입사해 휴대전화 관련 연구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

반도체 분야의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차세대 반도체 설계 확보를 위해 서강대와 ‘소-하이 II’ 산학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자공학과와 맺은 일종의 ‘하이닉스반도체 트랙’을 물리학과와 화학공학과 등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전자공학 관련 교육을 받은 타 전공자들이 차세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학부과정에 반도체 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졸업생들은 직무적성검사만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다.

○대학에서 기술개발과 임직원 재교육도

삼성전기는 대학 내에 잇달아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부품·소재 산업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 연구 활동은 미약하다고 판단해 대학센터 설립을 통해 자사의 핵심 역량을 보강하기 위한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산학협력을 통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자사 8대 제품의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산학협력을 통해 최신 기술을 둘러싼 세계 환경 변화를 점검하고, 신사업 진출에 필요한 원천 기술도 확보하고 있다. 공동개발과 기술교류 강화로 기술 획득 기간도 단축시키고 있다.

삼성전기는 연구 분야를 무선고주파, 광학, 소재 부문으로 나눠 서울대와 연세대, KAIST, 부산대, 한양대 등 12개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1978년 선경화학(현 SKC)이 생산하기 시작한 폴리에스테르 필름은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개발의 대표적인 사례. 당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개 나라만 가지고 있던 제조기술을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KIST)와 공동으로 개발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물량을 국산으로 대체했다. 당시 선경화학은 KIST 측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기초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연구기금’ 10억 원을 별도로 출연하기도 했다.

임직원을 재교육하는 것도 산학협력의 역할이다. 우수한 신입 사원뿐 아니라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임직원에게 최신 이론을 교육함으로써 역량을 배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부산대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사내에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학위를 획득할 수 있는 ‘조선해양공학 학사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다. 부산대 조선공학과 교수진이 직접 거제조선소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선박 건조 기술을 한층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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