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좀 열어줘요” 선물시장 앞의 속타는 돼지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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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육 선물시장’국회 입법 23일이 시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갑니다. 그저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기만 바랄 뿐이죠.”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선물시장본부 상품개발총괄팀의 이철재 부장은 요즘 국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물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거래소가 2년간 준비해 온 돈육(豚肉) 선물(先物)시장 개설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데다 각종 현안이 산적한 국회의 마지막 회기여서 법률안 심사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회기를 연장하지 않는 한 23일이 마감 시한이다.》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절반 정도

당초 거래소는 재정경제부가 주도한 선물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돈육 선물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추진 과정에서 법무부가 지난달 25일 “절차상 시행령이 아닌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거래소는 부랴부랴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들어갔고,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이 1일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 발의된 법률안은 발의 15일 이후에 해당 상임위의 심사를 거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현재 진행 중인 선물거래법 개정 작업이 일정대로 추진되면 전산시스템 구축과 모의 시장 테스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돈육 선물을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임태희 의원실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23일까지 법률안 심사 및 통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소와 국회 주변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법률안이 상임위의 심사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가능성을 절반 정도로 보고 있다.

○계절에 따른 수요변화 많아

축산업계는 국내 양돈 농가가 1만1300여 가구이고 생산액은 연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돼지고기 유통규모는 연간 약 12조 원이지만, 돼지고기는 계절에 따른 수요 변화가 많고 돼지의 폐사율이 높아 가격 변동성이 크다. 가격 폭락과 폭등이 잦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축산업계는 돈육 선물시장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미리 ‘언제 얼마에 팔고 사겠다’는 선물 거래를 하면 가격 변동에 따른 피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돼지고기뿐 아니라 콩, 옥수수 등 농축산물과 가스, 원유 등 일반 상품의 선물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한국에는 금 선물시장이 있지만 ‘지하 거래’가 많은 상품의 특성 때문에 거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 측은 이번 돼지고기 선물 거래를 시작으로 차츰 상품 선물 거래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시행이 가능할지가 불투명해 속만 끓이는 실정이다.

한국증권연구원 진익 박사는 “선물시장의 다양화와 현물시장의 질적인 성숙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일반 상품 선물시장 개설은 바람직하다”며 “시장의 활성화 여부를 떠나 도입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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