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수집자엔 감점 줘라”…미래에셋 ‘박현주표’ 인재관

  • 입력 2007년 10월 13일 03시 01분


코멘트
“자격증 수집자에게 감점을 줘라!”

박현주(사진)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그룹 본사에서 신입사원 면접관들과 만나 이같이 지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은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도하게 자격증 쌓기에만 열중한 사람은 미래에셋의 인재로 적합지 않으며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점수를 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업부서는 좀 다르겠지만 본사에 근무할 신입사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창의적인 사고”라고 덧붙였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취집(취직 대신 시집간다) 등의 자조 섞인 유행어가 생겨날 정도로 청년 실업률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취업 준비생은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취업준비생들에게 박 회장의 ‘자격증 감점 주장’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12일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보험사에서 영업을 할 때는 투자상담사 선물거래사 파이낸셜 플래너 등의 자격증이 필요하다”면서 “자격증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여러 자격증을 모으는 데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지원자가 많아 박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변재상 미래에셋증권 인력관리본부장은 “많은 자격증보다는 건전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나, 다수의 흐름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창조적 소수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궁극적으로 회사를 이끌 인재로 성장한다는 박 회장의 인재관이 잘 드러난 대목”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하반기 보험, 증권, 자산운용 부문에서 모두 3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삼성-현대-SK 등 주요 기업에선

“중요한 건 업무능력” 자격증 특별대우 안해

일부 업종 직접 관련 있을 땐 가산점 주기도

국내 기업 가운데 채용이나 승진심사 때 변호사 회계사 등 각종 자격증을 특별 대우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업무 능력이지 자격증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대졸 신입사원 공채 때 한자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가점을 주고 있을 뿐, 나머지 자격증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 또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격증을 따거나 석·박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해도 승진이나 급여에는 아무런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자격증 수가 아니라 실제 업무능력”이라며 “다만 채용 때 한자자격증에 대해 가점을 주는 것은 중국 등 한자 문화권에서의 사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한자 능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자격증과 관련해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는 없다”며 “다만 직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격증이라면 채용 면접에서 미약하게 감안할 수도 있지만 당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SK그룹 포스코 현대중공업 KT 코오롱그룹 등 나머지 기업도 마찬가지로 자격증을 특별 대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채용 때 면접관이 예컨대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겠지만 큰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LG그룹 등 일부에서는 입사 이후 맡게 될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자격증에 한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사례도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를 들면 재무회계 지원자는 공인회계사, 특허팀 지원자는 변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화그룹은 계열사별로 특정 업종에 유리한 자격증을 보유하면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손해사정인 자격증’, 한화건설은 ‘건설기사 자격증’을 우대하는 식이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