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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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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아시나요.’
금강오길비그룹이 지난달 강원 평창군에서 연 워크숍 주제다. 각기 다른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한 팀을 이뤄 상대를 소개하고 사물놀이 공연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을 보냈다. 회사 측은 “오길비앤드매더그룹이 금강기획을 인수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기업 문화의 격차로 여전히 ‘하나’라는 느낌이 부족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인수한 영국 미쓰이밥콕의 직원 150여 명을 최근 한국으로 초대해 두산그룹 공장과 서울의 경복궁 등을 보여 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회사 측은 “인수합병(M&A)이 이뤄진 직후 두산의 문화를 이해시키는 통합 과정을 실천하고 있다”며 “인수한 기업의 인재 이탈과 주요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 심리적 통합이 M&A 성공 결정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해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금호건설과 대우건설은 ‘한 가족’이 됐지만 출근 시간은 각각 오전 8시, 9시로 다르다. 금호 측이 “출근 시간을 앞당기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우 측이 반발했다.
대우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업종이 금호그룹의 중심이 아닌 탓인지 금호와 크고 작은 상이한 문화가 적지 않게 존재한다”며 “향후 리비아 등에서 공동 사업이 늘면 갈등의 폭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홈에버 노조가 이랜드에 인수된 뒤 시작한 파업은 벌써 4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이랜드 경영진과 홈에버 노조의 갈등은 비정규직 문제뿐 아니라 이랜드의 종교적 색채가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문화 통합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M&A 이후 오히려 기업가치가 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의 미즈호 그룹은 2000년 다이이치칸교(第一勸業), 후지(富士), 닛폰코교(日本興業) 등의 은행이 합병하면서 설립됐지만 통합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실적이 오히려 통합 이전보다 줄었다. 미국 크라이슬러와 독일 다임러벤츠의 합병이 실패한 이유도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 GE에서 배워라
미국의 GE 등 성공적인 M&A 노하우가 축적된 기업들은 전담팀을 두고 계약 체결 이전부터 두 회사의 문화 융합을 위해 움직일 정도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1년에 수십 건의 M&A를 하는 GE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피인수 기업의 핵심 인재를 놓치지 않는 것. 인사팀에서 M&A 전담팀을 꾸려 놓고 상대 회사의 핵심 인재를 미리 파악해 둔다.
GE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합병 이전부터 ‘핵심 인재’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인수 후에도 회사를 떠나지 않도록 설득한다”며 “직원들에게 ‘점령군’ 인상을 주지 않고 ‘이 회사에서 클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끼도록 기존의 경영진도 일정 기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월급이 파격적으로 올라가는 핵심 인재도 많다.
또 GE는 M&A 후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완전한 통합을 목표로 피인수 기업의 직원을 일대일로 면담해 개인적인 고민까지 파악하되 모든 업무시스템을 GE 방식으로 바꾼다. 신뢰 구축을 통한 부드러운 결합을 추구하지만 철저하게 GE 방식으로 통합하는 것.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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