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한국판 서브프라임’ 뇌관 되나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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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을 인수하기 위한 주식 양수도(讓受渡) 계약을 해지한다.” 동양그룹은 5일 이 같은 내용의 공시를 냈다. 6월 부도가 난 중견 건설업체 신일의 인수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신일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은행권에서 약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 전국 20여 개 지역에서 아파트 건설사업을 벌인 시공사. 2000억 원 가까운 채권을 보유한 한 은행 관계자는 “동양이 인수하면 아파트 건설사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혹스럽다”며 대규모 손실을 걱정했다.》

부동산 PF가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부동산 PF를 통해 자금을 대준 금융기관들의 연쇄 부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13일 “부동산 PF의 부실 우려에 대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지방은행이 부실 가능성 높아

PF는 미래사업(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돈을 빌려 주는(파이낸싱) 금융기법이다.

부동산 PF는 앞으로 지을 아파트, 오피스빌딩, 리조트 등을 담보로 잡은 뒤 시공사의 지급보증 책임하에 금융회사가 시행사에 건설자금을 빌려 주고 건물이 완공되면 대출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부 금융회사는 대출채권을 자산유동화회사(SPC)에 넘겨 자산유동화증권(ABS)이나 자산담보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일반 투자자에게 매각하기도 한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규모는 6월 말 현재 69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90000억 원 급증했다.

▶본보 13일자 A14면 참조
금융사, 부동산 PF 70조 육박

특히 저축은행은 부동산 PF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0%나 돼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연체율 급상승 등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2005년 말 5.8%, 지난해 말 10.3%에 이어 올 6월 말 13.0%로 대출 건전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지방은행들도 부동산 PF에 취약한 구조다.

지방은행 중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업종 대출 비중(25.9%)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액만 1조3118억 원에 이른다.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 유원지 개발사업을 위해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680억 원도 PF 자금이었다.

○‘블루오션’이 ‘시한폭탄’ 될 수도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높은 수익성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들은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행사들에 프로젝트 위험도(리스크) 등의 명목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며 연 6∼7%대의 기업대출금리보다 높은 연 10∼12%대의 금리를 받아낸다. 부동산 PF가 미래 수익성을 높여 주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저비용의 새로운 시장)’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은행권의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건설(프로젝트)이 차질을 빚으면 돈을 빌려 준 은행이 피해를 보게 되고, 대출채권을 바탕으로 발행된 ABS나 ABCP도 부실화돼 여기에 투자한 금융기관 등 투자자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카드 발급을 남발한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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