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대기업 사후 규제 ‘공정위 몸집 불리기’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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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관련 정부부처를 출입하는 기자는 취재차 알고 지내는 기업인들에게서 종종 문의전화를 받는다.

‘정부 경제팀 수장(首長) 부처’인 재정경제부나 기업 관련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정책 동향에 대한 질문도 간혹 있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요즘 공정위에서 기분 나빠하는 업종은 어디죠?” 하는 식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규제의 칼을 휘두르는 공정위의 움직임에 기업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절감하곤 한다.

이런 공정위가 최소한 1개 본부를 늘리는 조직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확대의 주요 과녁은 대기업집단(그룹)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등을 담당할 ‘시장분석본부’를 두고 그 밑에 신설 팀 1개와 다른 본부 밑의 2개 팀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공정거래조정원도 신설된다. 이를 지원할 인력만 최소 9명. 결국 공정위 인력은 20∼30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설을 추진 중인 조직을 놓고 벌써 폐해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금까지 보여 온 행태, 특히 대기업집단에 보여 온 ‘뿌리 깊은 적대감’과 정치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감안하면 공정위의 ‘몸집 불리기와 밥그릇 챙기기’가 낳을 결과에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조직 확대는 지난해 말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을 놓고 공정위가 재경부 등 다른 경제부처에 밀려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지 못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서만 정유, 석유화학 등 대기업의 주력 업종에 모두 수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연이어 부과해 온 공정위가 ‘조직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공정위는 별 사전 검토도 하지 않고 삼성전자 등 D램 제조업체의 담합 여부를 2년간 조사했지만 4월 증거 부족으로 심의를 종결해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공정위는 자신들이 추진하는 조직 확대가 얼마나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승헌 경제부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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