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지갑 속 신용’이 샌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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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36) 씨는 이달 초 한 시중은행에서 우량고객에게만 발급해 주는 신용카드를 신청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 은행과 거래 실적이 거의 없는 김 씨는 의아해 했지만 은행 측은 “다른 카드 사용정보가 우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계 신용카드회사와 전업계(비 은행계) 카드회사들은 4장 이상의 카드를 보유한 고객의 신용정보를 공유하며 카드 발급을 권유하거나 심사 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카드사용 정보가 거래한 적도 없는 다른 카드회사에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카드회사의 단기 연체 정보는 신용정보회사에는 제공되지 않아 금융회사들이 부적격자에게 대출할 우려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여신금융협, 매달 말 통째로 제공

여신금융협회는 회원 카드회사들의 정보를 분석해 보유 카드 수가 4장 이상인 고객의 정보(복수 카드 정보)를 매달 말 회원사에 통째로 제공한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여러 장의 카드를 보유한 사람이 카드 ‘돌려 막기’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카드회사가 마케팅 차원에서 이를 이용하고 있다.

현행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의 판단을 위해서만 신용정보를 사전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게 아니라 타사 고객 정보를 통째로 ‘보유’하는 것이어서 법 위반 논란이 일 수 있다.

○ 단기연체 정보는 대형 업체만 공유

개인 신용등급을 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카드 관련 정보다. 또 카드회사 보유 정보 가운데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복수 카드 정보와 카드대금을 5∼90일 연체한 단기 연체 정보다.

이 중 단기 연체 정보는 다른 카드로 연체가 전이될 가능성을 사전 경고한다는 점 때문에 신용등급 산정 때 복수 카드 정보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단기 연체 정보는 일부 대형 카드회사만 공유하고 외부에는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 복수 카드 정보도 카드회사가 출자한 신용평가회사가 아닌, 일반 신용평가회사에는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이런 신용정보 유통체계뿐만 아니라 신용정보회사마다 신용등급을 계산하는 방식이 달라 등급이 차이를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신용등급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금융회사가 대출할 때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윤진섭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실장은 “개별 신용정보회사에서 각 카드회사와 계약을 하여 정보를 확보하는 방법 외에 제도적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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