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불안한 질주’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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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시. 대리운전 업체인 ‘1644천사’의 서울 구로구 사무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다른 경쟁업체의 전화다. “우리 대리운전사들을 그쪽에서 가입한 자동차보험에 같이 넣을 수 있을까요?” 대리운전 보험료가 오르고 심사가 강화돼 신규 가입이 어렵다며 자기 회사 운전사를 경쟁사인 ‘1644천사’의 보험에 끼워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이었다.

이 회사 이승의(36) 사장은 “최근 소규모 대리운전 업체들이 이런 부탁을 부쩍 많이 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손해보험회사들이 최근 대리운전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신규 가입을 잘 받아주지 않으면서 대리운전 업계에 나타난 신(新)풍속도다.

○ 대리운전 보험 ‘불안한 질주’

4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제일화재는 이달 1일부터 대리운전 보험료를 종전보다 14% 인상했다. 동부화재와 삼성화재 등 다른 보험사들도 현재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현재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사 수는 6만2919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만1153명 늘었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편법 보험료 납부 관행에 기인한 기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손보사들은 현재 보험을 많이 팔기 위해 연간 보험료를 10차례로 나눠 내는 ‘분납제도’와 연체해도 효력을 유지해 주는 ‘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혜택 때문에 보험 가입은 늘었지만 대리운전 업체들이 보험료를 고의로 연체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 1일 첫 보험료를 낸 업체는 11월 1일에 2번째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12월 말까지 보험 효력이 유지된다. 일부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운전사로부터 받은 2번째 보험료를 보험사에 내지 않고 자체 운용하다가 나중에 보험 효력이 말소될 무렵 납부해 계약을 연장한다.

○ 보험료 줄줄이 오를 듯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일부만 받고 보장은 원래대로 해주면서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대리운전 보험 손해율이 90%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자동차보험 손해율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일부 손보사가 사고 위험이 높은 업체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면서 무보험 대리운전사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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