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올 곳 뻔한데…” 씀씀이 크게 늘려

  • 입력 2007년 4월 25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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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라살림 규모 253조∼256조

증가율 6년 만에 최고 7∼8%

기초노령연금제, ‘비전 2030’ 등 각종 복지정책이 추진되면서 내년도 나라 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최대 8% 늘어난 256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원은 분배 우선 정책에 따른 재정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치 않을 것으로 분석돼 재정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복지 비중 늘고 경제 비중 줄어

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한 ‘200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르면 내년도 나라 살림(총지출=예산+기금)은 올해(237조1000억 원)보다 7∼8% 늘어난 253조∼256조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증가율은 올해의 5.8%보다 1.2∼2.2%포인트 높은 것이며 2002년(9.1%)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기초노령연금제, 비전 2030 등에 따른 복지 관련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피해 업계 보상비가 발생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복지 분야 지출 규모는 당초 정부가 2006∼2010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예상한 66조9228억 원보다 많은 70조 원 이상이 돼 총지출의 3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산처는 전망했다.

복지 지출 비중은 2003년 20.2%에서 2004년 24.5%, 2005년 26.7%, 2006년 27.9%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복지 예산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이에 따라 경제 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경제 분야 지출 비중은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경제분야 지출’의 개념이 모호하긴 하지만 대통령경제정책비서관실에 따르면 경제 분야 지출 비중은 △2003년 28.7% △2004년 23.2% △2005년 21.0% △2006년 18.4%로 매년 하락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 분야 지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 정작 쓸 돈은 부족

내년도 나라 살림을 위한 세입은 올해보다 7∼8% 증가한 268조∼271조 원으로 수치상으로는 총지출보다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인 가용 재원은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수원 예산처 재정운용기획관은 “별도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재정수지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를 피할 수 없다”며 “비과세·감면 축소 및 유사사업 통폐합 등 세출 구조조정으로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인 2002년 133조6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현 정부 들어 165조7000억 원(2003년)→203조1000억 원(2004년)→248조 원(2005년)→282조8000억 원(2006년)→301조1000억 원(2007년·추산)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비과세 및 감면 혜택 축소를 위한 법 개정에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어 세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또 정부가 이날 밝힌 내년도 세입 예상은 민간의 관측보다 낙관적인 올해 4.5%의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한 것인 만큼,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세수(稅收)가 줄어 국채 발행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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