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의 새 조건…경매시장 인기 매물이 달라졌다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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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경매로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이 유찰됐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감정가는 10억9000만 원. 시세가 12억 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응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다음 달 22일 최초 감정가보다 20% 떨어진 8억7200만 원에 다시 나온다.

강 실장은 “부동산 규제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경매에서도 서울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잘 팔리고 초기 비용이 덜 드는 저가(低價) 소형 매물이 인기”라고 전했다.

○강남 아파트 낙찰률 30%로 떨어져

올해 서울 경매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강남 아파트의 낙찰률(입찰 물건 대비 낙찰 물건) 하락.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강남 서초 강동구의 아파트 낙찰률은 지난해 11월 44.44%에서 올해 1월에는 39.18%, 3월에는 30.49%로 떨어졌다. 이달에도 17일까지 54개 물건이 입찰돼 13개(24%)만 주인을 찾았다.

경매에 참여한 응찰자도 작년 11월에는 한 물건에 평균 6.83명이었지만 지난달에는 5.04명, 이달에는 3.69명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강북권 경매 아파트의 인기는 꾸준하다. 강북 성북 노원 도봉구의 4월 낙찰률은 55.07%로 지난달(47.46%)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100%를 넘는다. 감정가 이상에서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다.

강 실장은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은 집값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여기서 나오는 경매 물건도 1차에서는 대부분 유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목돈 부담 적은 소형 선호

은행 대출이 제한되면서 강남에서도 중대형보다는 중소형이 인기다. 경락잔금 대출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정 등이 똑같이 적용돼 목돈 부담이 적은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

실제로 강남 서초 강동구의 30평형 이상 아파트 낙찰가율은 작년 11월 102.69%에서 지난달에는 91.36%로 뚝 떨어졌다. 30평형 미만도 같은 기간 128.52%에서 114.18%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100%를 웃돌고 있다.

강북에서도 마찬가지. 17일 처음 경매로 나온 노원구 중계동 대림 벽산 51평형은 유찰됐지만 같은 날 중계동 그린 18평형은 감정가보다 25% 높은 1억13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날 그린 18평형에는 21명이 응찰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대출 규제 때문에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일부 매물은 지나치게 높은 값에 낙찰되는 사례도 있어 경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타운 개발 바람 타고 다세대주택 인기

아파트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다세대주택도 ‘뉴타운’ 등 강북권 개발사업 바람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 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작년 11월 102.21%였지만 지난달에는 107.12%, 이달에는 113.74%로 뛰어올랐다.

17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5계에 나온 동작구 상도동 17평형짜리 다세대주택은 감정가 9000만 원에 나와 1억3198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46%. 같은 날 경매에 부쳐진 관악구 신림동 세종빌리지 20평형도 감정가보다 35% 높은 1억766만 원에 주인을 찾았다.

반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작년 11월 102.85%로 다세대주택과 비슷했지만 지난달에는 95.1%로 떨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서울 강남권과 강북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단위: %)

2006년 11월12월2007년 1월2월3월
강남102.69101.44 88.22 89.24 89.77
강북105.57112.39101.89105.19106.09
강남권은 강남 서초 강동구, 강북권은 강북 성북 노원 도봉구를 표본으로 했음.

서울 강남 서초 강동구의 아파트 평형별 경매 낙찰가율 (단위: %)

2006년 11월12월2007년 1월2월3월
30평형 이상102.69107.6689.7490.01 91.36
30평형 미만128.52 94.6690.4484.33114.18

서울 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낙찰가율 (단위: %)

2006년 11월12월2007년 1월2월3월
아파트102.85101.68 92.42 96.12 95.10
다세대주택102.21103.68103.19 94.31107.12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자료: 디지털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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