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제 간소화…정부 세수 4000억 원 줄 듯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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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 발효되면 포도주 커피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또 3000cc 이하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미국 측 관세가 즉시 폐지되고 한국의 자동차 관련 세금체계가 바뀌게 된다. 외교통상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분야별 최종협상 주요 내용


상품·자동차…미국서 생산된 일본업체車도 관세 폐지

양국은 수입액 기준으로 약 94%에 이르는 품목의 관세를 3년 안에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항공기 엔진과 에어백, 한국산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캠코더, 신발, 귀금속 장식품 등에 붙는 관세가 협정 발효 즉시 없어진다.

한국산 디지털 TV와 평판형 컬러TV, 미국산 향수 치약 등은 3년, 한국산 타이어 가죽의류와 미국산 골프채 면도기 바닷가재 등은 5년, 한국산 전자레인지 세탁기와 미국산 콘택트렌즈 등은 10년에 걸쳐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한국이 수입을 꺼리는 명태(15년) 민어(12년) 등 품목은 이보다 기간이 더 길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를 제외한 모든 차의 관세(8%)를 발효 즉시 없애기로 했다. 친환경차의 관세는 10년에 걸쳐 매년 0.8%포인트 낮아진다.

미국은 한국이 수출하는 3000cc 이하 승용차에 대한 관세(2.5%)를 즉시 없애고 3000cc 초과 승용차도 3년 안에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25%의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포함)는 10년간 관세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자동차 원산지를 판정하는 방식은 미국과 한국 방식을 동시에 쓰기로 해 일본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서 생산한 차에도 한국의 관세 폐지 혜택이 적용된다.

한국은 이번 협정에 맞춰 자동차세, 특별소비세 등 자동차 세제를 간편화하고 세율도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자동차 관련 세수는 연간 4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감귤 수확기엔 오렌지 관세 50% 유지

양국 의회의 비준을 얻어 협정이 발효되면 미국산 포도주 커피 오렌지주스(냉동) 옥수수(사료용) 아몬드 꽃나무(화훼류) 등에 대한 한국의 관세가 즉시 없어진다.

반면 미국산 민어는 12년, 쇠고기 고추 마늘 양파 명태는 15년, 인삼은 18년, 포도는 1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한국 측 관세가 낮아지다 폐지된다. 또 미국산 돼지고기 냉장육은 10년, 냉동육은 2014년 1월까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미국산 배와 사과는 한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품종은 20년,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관세가 폐지된다. 미국산 잎담배는 10년, 필터 담배는 15년에 걸쳐 관세가 없어진다.

이 밖에 미국산 위스키와 브랜디는 5년, 맥주는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미국산 오렌지는 국내 수확기와 비(非)수확기를 나눠 계절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의 감귤 수확기인 매년 9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현행 관세(50%)를 유지하되 다른 시기에는 30%를 5년간 적용한 뒤 폐지한다. 쌀은 시장 개방 대상에서 완전히 빠졌다.

서비스…발효 즉시 외국 회계사무소 개설 허용

양국은 초중고교 교육과 의료, 사회 서비스 등의 부분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법률 회계 통신 에너지 택배 등의 분야에서는 단계적 개방이 추진된다.

법률 서비스는 발효 후 5년에 걸쳐 3단계로 나눠 개방이 이뤄진다. 우선 협정 발효와 함께 한국의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 변호사에게 미국법 등에 관한 법률을 자문할 수 있게 되며 미국 법률회사(로펌)의 한국 내 사무소 설립도 가능해진다.

협정 발효 뒤 2년 안에 시작되는 2단계에는 미국 로펌의 국내 사무소와 국내 로펌 간의 업무제휴가 허용된다. 협정 발효 뒤 5년 안에 시작되는 3단계 때는 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동업이 허용되고 이 로펌이 한국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회계와 세무 서비스는 2단계로 나눠 개방된다. 발효 즉시 외국 회계법인과 세무법인은 한국 고객의 자문에 응할 수 있고 사무소 개설도 허용된다. 5년 뒤에는 외국 회계법인의 국내 회계법인 및 세무법인에 대한 출자가 가능해진다.

금융…한국에 없는 상품 국내진출 美법인만 판매

금융상품의 국경 간 거래는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금융상품은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금융회사 현지 법인이나 지점을 통해서만 팔 수 있다.

한국에 현지 법인 등을 두지 않고 외국에서 인터넷으로 팔 수 있는 금융상품은 무역 관련 보험서비스와 기업구조조정 자문업 등 금융 부수 서비스에 한해 허용된다.

또 금융 부문의 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농업 서비스업 등 다른 부문에 대한 보복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교차 보복 금지’ 조항도 이번 협정에 명시됐다.

농협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4대 공제와 우체국보험은 금융감독위원회의 건전성 심사를 받게 돼 무리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다. 한국 정부는 급격한 외화 유출 및 유입을 통제하는 ‘일시적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섬유…한국, 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도입

미국 측은 스웨터 양말 화섬 단(短)섬유 등 1387개 품목의 관세를 발효 즉시 폐지한다. 미국의 한국 섬유제품 수입액 기준으로 61%, 한국의 대미 수출품목 수(1598개) 기준으로는 87% 수준이다.

이 밖에 한국산 남성 면 셔츠는 5년, 타이어코드 직물 등은 10년에 걸쳐 관세가 폐지된다.

현재 9.3% 수준인 한국 측 수입관세가 즉시 폐지되는 대상은 수입액 기준으로 71%, 품목 수로는 97% 정도다. 양국은 관세 폐지에 따른 완충장치로 섬유 분야의 수입이 급격히 늘었을 때 일시적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를 도입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또 한국도 미국식 ‘원사 기준 원산지 판정(얀 포워드)’ 방식을 도입한다.

방송·영화…외국인 PP 간접 투자 3년 안에 추가 허용

지상파와 위성방송, 케이블 TV, 채널사용사업자(PP)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허용 수준은 현 상태가 유지된다. 여기에 PP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는 3년 안에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케이블 TV가 지켜야 하는 한국산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은 영화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완화된다. 영화는 현행 35%에서 30%로, 애니메이션은 25%에서 20%로 낮아진다.

또 지상파, 위성방송, 케이블 TV, PP 등이 지켜야 하는 외국물 중 특정 국가 프로그램 쿼터를 60%에서 80%로 완화했다.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는 현재 73일로 설정된 것을 더 늘릴 수 없게 했다.

기타…소리-냄새 등도 상표권 인정하기로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반(反)덤핑 개선 조치 등에 양국이 발동을 자제하거나 서로 견제할 수단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반덤핑 제소장을 접수한 뒤 이 사실을 상대국에 서면으로 알리고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국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제소 내용에 대해 협의하도록 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현행 50년에서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연장됐다. 다만 기간을 늘리는 시점을 협정문 발효 후 2년 뒤로 정해 연장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나는 소리,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엔진소리 등 소리와 냄새 등도 상표권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 원산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외(域外)가공지역’을 지정하고 이곳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특혜관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부속서를 채택해 개성공단 제품도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미 FTA 분야별 최종 협상 결과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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