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연속 흑자 BMW 질주 비결,잘 굴러가는 공장에 있었네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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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BMW의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서 93번 아우토반(고속도로)을 타고 동북쪽으로 1시간가량 차로 달려 BMW 레겐스부르크 공장에 도착했다. 한 해에도 수만 명이 견학을 오다 보니 안내책자와 통역 헤드 세트가 친절하게 준비돼 있었다. 안내를 맡은 발터 후버 공장 홍보담당자는 “전 세계 BMW 공장 중 2번째로 큰 규모로 BMW가 왜 생산성이 높은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같은 독일 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경영난으로 대규모 감원과 회사 분리를 꾀하고 폴크스바겐은 부패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BMW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50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20년 무파업도 이어 가고 있다. 이유가 뭘까. 비밀은 공장 안에서 찾을 수 있었다.

○ 혼류생산의 힘…한 라인서 차 3종 동시조립

BMW의 완성품을 볼 수 있는 조립공장으로 이동했다. 생산 라인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던 BMW 소형 모델들이 마무리 조립에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한 라인 위에 BMW 1시리즈와 3시리즈 세단, 쿠페 등 세 종류의 차가 차례로 줄지어 나왔다. 컨버터블과 M3 쿠페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후버 씨는 “좌우 운전대를 감안하면 한 라인에 모두 10대를 혼류생산하는 셈”이라며 “고객의 요구와 주문량에 따라 맞춤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이 번거롭고 노동 강도가 세다는 이유로 혼류생산을 달가워하지 않는 한국 노동조합의 상황과는 크게 달랐다. 도장(塗裝) 공정도 인상적이었다. 물에 적신 차체에 로봇이 파우더(분말) 페인트를 꼼꼼히 뿌리고 있었다. 물과 파우더 페인트는 보통 쓰이는 광택용 솔벤트보다 친환경적이고 재활용도 가능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후버 씨는 “근로자들과 오랜 기간 연구해 고안한 독자적인 기술”이라며 “이 같은 생산 혁신 과정을 통해 매년 5%씩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 탄력-교환근무제의 힘…·20년째 무파업

오후 2시. 교대를 마친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공장 문을 나섰다. 모두 1만 명이 근무하는 공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시기라 상당수의 노동자가 장기 휴가 중이거나 인근 BMW 공장에 교환근무하러 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하자 그는 “BMW의 유연한 노동제도 덕분”이라고 답했다. 탄력근무제와 교환근무제가 바로 그것. 탄력근무제란 일감이 많을 때 연장근무를 하고 1주 35시간(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수당 대신 ‘시간관리 계좌’에 적립한다. 일감이 없을 때는 적립한 시간을 휴가로 대체해 사용한다. 교환근무제 또한 획기적이었다. 사측이 바이에른 주에 있는 4개 공장의 상황에 맞춰 직원을 파견하는 제도다. 한쪽 공장에선 재고가 쌓이고 다른 쪽에선 주문이 밀려도 함부로 노조원을 파견할 수 없는 국내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안드레아스 쿤츠 BMW 홍보담당자는 “회사는 경영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며 “유연한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로 생산성은 30% 넘게 향상됐고 지난 10년간 국내 생산 증가율도 49.1%로 세계적 자동차회사 15개사 중 최고”라고 말했다.

뮌헨=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BMW 레겐스부르크 공장 탄력근무제 도입 전후 비교
도입 전구분도입 후(1988년 이후)
88시간 주당 근무 시간70∼140시간(팀별 결정)
주 5일제근무 형태성수기 때는 주말도 근무
있음초과 근무 수당없음(초과시간 휴가로 대체)
9000여 명노동자 수1만여 명
700여 대 일일 생산대수 1000여 대
자료: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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