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류생산의 힘…한 라인서 차 3종 동시조립
BMW의 완성품을 볼 수 있는 조립공장으로 이동했다. 생산 라인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던 BMW 소형 모델들이 마무리 조립에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한 라인 위에 BMW 1시리즈와 3시리즈 세단, 쿠페 등 세 종류의 차가 차례로 줄지어 나왔다. 컨버터블과 M3 쿠페도 함께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후버 씨는 “좌우 운전대를 감안하면 한 라인에 모두 10대를 혼류생산하는 셈”이라며 “고객의 요구와 주문량에 따라 맞춤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교육이 번거롭고 노동 강도가 세다는 이유로 혼류생산을 달가워하지 않는 한국 노동조합의 상황과는 크게 달랐다. 도장(塗裝) 공정도 인상적이었다. 물에 적신 차체에 로봇이 파우더(분말) 페인트를 꼼꼼히 뿌리고 있었다. 물과 파우더 페인트는 보통 쓰이는 광택용 솔벤트보다 친환경적이고 재활용도 가능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후버 씨는 “근로자들과 오랜 기간 연구해 고안한 독자적인 기술”이라며 “이 같은 생산 혁신 과정을 통해 매년 5%씩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고 했다.
○ 탄력-교환근무제의 힘…·20년째 무파업
오후 2시. 교대를 마친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공장 문을 나섰다. 모두 1만 명이 근무하는 공장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시기라 상당수의 노동자가 장기 휴가 중이거나 인근 BMW 공장에 교환근무하러 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하자 그는 “BMW의 유연한 노동제도 덕분”이라고 답했다. 탄력근무제와 교환근무제가 바로 그것. 탄력근무제란 일감이 많을 때 연장근무를 하고 1주 35시간(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은 수당 대신 ‘시간관리 계좌’에 적립한다. 일감이 없을 때는 적립한 시간을 휴가로 대체해 사용한다. 교환근무제 또한 획기적이었다. 사측이 바이에른 주에 있는 4개 공장의 상황에 맞춰 직원을 파견하는 제도다. 한쪽 공장에선 재고가 쌓이고 다른 쪽에선 주문이 밀려도 함부로 노조원을 파견할 수 없는 국내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안드레아스 쿤츠 BMW 홍보담당자는 “회사는 경영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며 “유연한 근무제를 도입한 이후로 생산성은 30% 넘게 향상됐고 지난 10년간 국내 생산 증가율도 49.1%로 세계적 자동차회사 15개사 중 최고”라고 말했다.
뮌헨=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BMW 레겐스부르크 공장 탄력근무제 도입 전후 비교 | ||
도입 전 | 구분 | 도입 후(1988년 이후) |
88시간 | 주당 근무 시간 | 70∼140시간(팀별 결정) |
주 5일제 | 근무 형태 | 성수기 때는 주말도 근무 |
있음 | 초과 근무 수당 | 없음(초과시간 휴가로 대체) |
9000여 명 | 노동자 수 | 1만여 명 |
700여 대 | 일일 생산대수 | 1000여 대 |
자료: BM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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