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한국맛의 내공… 식품한류 돌풍

  • 입력 2007년 2월 28일 02시 59분


식품업계가 2007년을 해외시장 진출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적극 뛰고 있다. 상품 판매는 물론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현지 법인 설립 등에도 나서고 있는 것. CJ 햇반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 북미 지역의 한 대형마트(위)와 CJ의 제과점 ‘뚜레주르’ 베이징 1호점 야경. 사진 제공 CJ
식품업계가 2007년을 해외시장 진출의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적극 뛰고 있다. 상품 판매는 물론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현지 법인 설립 등에도 나서고 있는 것. CJ 햇반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 북미 지역의 한 대형마트(위)와 CJ의 제과점 ‘뚜레주르’ 베이징 1호점 야경. 사진 제공 CJ
《‘2007년은 식품 한류(韓流)가 새로운 도약을 추진하는 해가 될 것이다.’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해외시장 공략 강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국내시장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해외시장을 선택하고 있는 것. 해외시장 공략 방식도 단순히 상품을 열심히 판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해외 현지에 공장을 세우거나 현지에 회사를 설립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과자 라면 분유 소주 해외시장 진출 순조 “맛 수출이 가장 오래갑니다”

정부도 식품 한류를 거들고 나섰다. 2011년까지 매년 195억 원씩, 4년간 모두 780억 원을 지원해 한식 세계화를 추진키로 했다.

○ 거세지는 식품 한류

이런 계획이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식품 한류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징후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커리협회는 이달 초 파리바게뜨의 중국 상하이(上海) 후베이(湖北)점과 베이징(北京) 웨슈(岳秀)점을 2006년 중국 최고급 유명제과 점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상하이에서는 2005년 구베이(古北)점이 국내 브랜드 최초로 최고급 점포로 선정된 이후 후베이점까지 선정됨으로써 2년 연속 영예를 안게 됐다. 또 베이징에서는 웨슈점이 유일하게 최고급 점포로 선정돼 한국 베이커리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는 게 파리바게뜨의 설명이다.

두산 주류BG의 소주 ‘처음처럼’은 일본 시장에서 지난해 10월 현재 392만 박스(700mL×12병)로 수입주류 시장의 55%를 점유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진로는 지난해 전년보다 28%가량 증가한 21만 3000상자((700mL×12병)의 소주를 중국시장에 수출하며 중국 내 식품 한류의 주역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 중이다.

○ 체질 변화 중인 식품 한류

한국을 찾은 보따리상의 입맛에 맞춰 박스 단위로 물건을 팔던 시절은 이미 옛말이 됐다.

각 식품회사들은 현지화를 꾀하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해외 현지 유수기업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으면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이달 초 일본 롯데, 롯데푸드홀딩(롯데제과가 설립한 홍콩법인)과 공동 투자해 중국 내 식품 지주회사가 될 ‘낙천투자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식품 관련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마케팅과 시스템 통합작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롯데제과는 또 다국적 제과업체 ‘허쉬’와 손잡고 상하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유통시장에 자일리톨 제품 등을 판매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CJ도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냉동식품회사인 ‘파이오니어 트레이딩’ 주식의 85%를 714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초코파이로 세계 시장 평정을 꾀하고 있는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초 베트남에 연간 5000만 달러 규모의 과자를 생산할 수 있는 제과공장을 준공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라면, 스낵을 수출하거나 현지 생산하고 있는 농심은 해외부문 매출을 지난해 1억6700만 달러에서 올해는 2억 달러로 높여 책정했다. 특히 지난해 멕시코에 세운 지사를 통해 미주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 이를 위해 TV 광고를 통해 사발면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외식업계도 기업이미지(CI)나 브랜드 로고를 교체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닭고기와 해산물 전문 프랜차이즈업체인 제너시스는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취지에서 지난달 회사 이름을 ‘제너시스 BBQ’로 변경했다. 지난해 일본 중국 등지로 브랜드를 수출한 놀부도 창립 20주년이 되는 올해를 ‘글로벌 도약의 해’로 잡고 CI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농림부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식 세계화 기반 구축과 해외 한식당 경쟁력 제고 등 5개 분야에 걸쳐 780억 원을 투자해 한식 세계화를 지원키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해외 한식당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가별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주요 도시에 한두 곳의 거점 한식당을 육성키로 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 CJ “美가공식품시장 사로잡을 것”▼

CJ는 올해를 한국의 맛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위한 경쟁력 강화의 해로 삼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인 ‘옴니’를 인수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었다. 옴니는 1985년에 설립돼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만두와 면류 냉동밥 육가공 제품 등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CJ는 옴니를 통해 지금까지 수출이나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존했던 미국 가공식품 시장 공략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 판매하는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미국의 냉동식품 시장은 연간 24조∼25조 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시장 진입만 제대로 한다면 전망이 밝다고 CJ는 보고 있다.

2005년 말 인수한 ‘애니천’의 지난해 매출을 전년 대비 40% 신장시킨 만큼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넘친다.

미주 시장 이외에도 CJ를 세계 시장에 알리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로스앤젤레스, 프랑크푸르트, 런던, 취리히, 로마, 모스크바 등의 국제노선에서 ‘햇반’을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김진수 사장

▼ 남양유업 “독자브랜드로 아시아 정복”▼

동남아 분유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저가 제품들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그래서 남양유업은 프리미엄급 최고급 제품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수출 대상 국가에서 남양유업의 제품이 캔당 약 1만8000∼1만9000원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는 현지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분유를 수출하는 경우 대부분 OEM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은 ‘Namyang(남양)’ ‘Imperial XO(임페리얼 엑스오)’ 등과 같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시장 수요를 키우고 일정 규모가 되면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건설 중인 전남 나주공장은 해외수출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주 타깃은 중국,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등 경제성장이 빠르며 상대적으로 분유 수요가 많은 아시아 국가다.

박건호 사장

▼ 매일유업 “중동 분유시장서 4위 확보”▼

매일유업은 1981년 고유 상표(Maeil)로 국내 분유업체로는 처음으로 조제분유를 중동에 수출했다.

그리고 35년이 지난 지난해 중동에서 세계적인 분유업체를 제치고 분유 시장점유율 4위에 오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중동지역에는 현재 세계 유수의 분유제조업체 21개사가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성공 경험을 적극 활용해 중동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다른 지역 시장에도 진출해 나간다는 게 올해의 전략이다.

우선 중동지역에서는 기능성 성분을 추가한 프리미엄급 신제품을 출시하고, 국내분유업계 최초로 특수 분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시장점유율을 3위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미국지역에서는 제품 리뉴얼 및 판촉 강화를 통해 매출을 늘려 나갈 예정이다. 현지인에게 맞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매일유업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가는 게 주목표다.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에서는 조제분유 사업을 강화하고 현지 업체와의 기술제휴 등의 업무를 활발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정완 사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