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아시아 금융 실크로드 뚫는다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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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인도네시아 원자재 펀드 내놓을 것

“베트남을 전초기지로 ‘몽골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카자흐스탄’을 연결하는 ‘금융 실크로드’를 개척하겠습니다.”

김남구(44·사진)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2009년 12%, 2013년엔 20%로 끌어올리겠다”며 해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국내 금융회사로는 처음 ‘베트남 펀드’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상반기(1∼6월)에도 국내 최초의 인도네시아 원자재 공모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원그룹 김재철(72)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한국금융지주의 최대주주(20.9%)이자 6개 자회사 중 최대 규모인 한국투자증권(한국증권)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옛 동원증권과 옛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국투자증권(지분 100%), 한국투신운용(99.5%), 한국밸류자산운용(100%), 한국투자상호저축은행(98%), 한국투자파트너스(100%), 코너스톤에퀴티파트너스(100%) 등 6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 베트남 정부와 합작 증권사 설립 잰걸음

김 대표는 “올해 초 베트남의 한 정부기관이 제안한 합작 증권사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50개 기업의 민영화, 100개 기업의 상장(上場)을 계획하는 베트남 정부와 합작 증권사를 세우면 베트남 진출에서 우위에 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베트남 투자가 ‘과열’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생각이 달랐다.

“베트남 증시(호찌민증시와 하노이증시)의 2005년 말 시가총액은 5300억 원(상장사 39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5조 원(상장사 195개)으로 커졌습니다. 진출 속도만 조절하면 과열로 보기는 어렵지요.”

베트남을 국내 펀드의 투자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올해 5월경 현지 사무소를 내고 연말까지 합작 증권사를 세운다면 1, 2년 뒤엔 베트남에서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금융업을 할 수 있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연 4∼5% 성장밖에 못 하는 한국에서는 이 정도 수익밖에 기대할 수 없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면 다소 위험하더라도 연 9∼10%대의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베트남을 전초기지로 ‘금융 실크로드’를 개척하겠다는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 베트남 등이 모두 ‘한국형 경제성장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도 진출에 유리한 점이라고 했다.

○ “투자전문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겁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은 정부가 2009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의 도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투자 실력과 수조 원의 자기자본을 갖춘 금융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연간 15%씩 성장하면 7년 후에는 별도의 증자 없이 자기자본(올 3월 말 1조8000억 원 예상)이 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투자은행(IB) 업무에 주력해 온 동원증권과 자산관리(AM)에 강점이 있는 옛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으로 탄생한 현 한국증권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도 했다.

“상장사 주식을 제외하면 투자금융상품은 대부분 IB 업무에서 공급됩니다. 부동산프로젝트펀드가 한 사례지요. 우리는 투자금융상품을 만드는 능력, 이 상품을 판매하는 능력에서 모두 경쟁사에 앞섭니다.”

한국금융지주가 증권업에 치중해 금융지주로서 ‘날개’를 갖추지 못한 만큼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금융지주라지만 아직 보험도 은행도 없어요. 돈을 벌 수 있는 M&A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Who? 김남구 대표▼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1991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졸업(경영관리 전공) △1991년 3월 동원증권 대리 입사 △1998년 4월 동원증권 상무 △2000년 4월 동원증권 부사장 △2003년 5월 동원금융지주 대표이사 △2004년 3월 동원증권 대표이사 △2005년 4월∼현재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2005년 6월∼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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