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현정부 거치며 국민 대부분 투기꾼-피해자 전락”

  • 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9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한국경제학회장 퇴임사를 통해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문제는 눌러도 다시 튀어나오는 도깨비 상자의 용수철처럼 우리 모두를 괴롭혀 왔다”며 “현 정부 4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잠재적인 투기꾼이 됐고, 또 그러한 투기광풍의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절박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시장논리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성급한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며 “수요공급의 논리와 이윤추구 동기는 지난 200여 년 동안 경제학자들이 발견해낸 가장 중요한 경제활동의 동인(動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해서는 “경제성장 엔진을 재점화한다는 것은 울고 있는 아이에게 100m 달리기를 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며 “한국 경제의 어려운 실상을 나타내는 단면들은 헤아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 성장은 고용을 동반하지 않는 형태로 일어나고 경제적 양극화 문제도 심화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문제에 휘말려 소모전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의 교육은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현 정부의 지난 4년간 이런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생들은 주입식 공부에 내몰리고 있지만 대학이 평가하는 신입생의 학력은 나날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미적분을 모르는 자연과학 지망생, 아무런 사회의식도 없는 사회과학 지망생이 넘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 교육은 선진국과의 격차가 바다와 같고, 이런 교육 현실에 절망한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이라는 매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현실에 적응하려고 한다”면서 “이제 그동안 금기시돼 온 교육 분야의 기본 명제들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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