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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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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념이 담긴 선물세트
신세계백화점 식품매입팀 이신호 대리는 최근 몇 달 동안 제주도와 백령도 완도 등 바닷가를 오가고 있다. 450g 이상의 자연산 전복을 찾기 위해서다.
수심 20m에서 7년 이상 자란 놈을 골라야 하는데 해녀들 말로는 ‘산삼만큼 구하기 어렵다’는 물건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했는데 목표한 80kg 가운데 겨우 25kg 확보했다”며 “짝사랑을 그렇게 하는데도 전복이 마음을 잘 안 준다”며 웃는다.
신세계백화점의 ‘5스타 명품 자연산 활전복’은 이미 잡힌 것이 모두 팔렸다. “더 잡혔다”는 소식이 오면 대기 명단에 오른 고객에게 팔릴 예정이다. 가격은 2개에 60만 원 정도.
현대백화점 최태주 바이어는 조선시대 임금님 술안주로 사용됐다는 ‘영암어란(魚卵)’을 상품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영산강 포구를 찾는다.
수산전통식품 명인 1호 김광자 할머니가 만든 어란을 선물세트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돈 같은 건 필요 없다”는 할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전남 영암군을 갔다 온 것만도 네 차례.
최 바이어는 “‘어란을 통해 영암을 전국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니 고장을 생각해 선물로 내주세요’ 하고 읍소하자 결국 허락하시더라”고 말했다. 가격은 어란 크기에 따라 한 쌍들이에 15만∼40만 원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제주도에서도 농가 네 곳에서만 재배되는 ‘유기농 한라봉’을 보물처럼 여기고 있다. 이미 100세트가 동이 났고, 지난 주말 급하게 과일을 더 따 50세트를 겨우 추가했다.
유기농 한라봉 재배 농민들은 과일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갤러리아의 박중훈 청과 바이어는 “한 농민은 ‘다른 선물 더미에 묻혀 평범하게 팔리는 백화점에 내놓기 싫다’며 완강히 거절해 설득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15∼17개들이 한 세트가 9만5000원∼10만 원.
롯데백화점이 내놓은 경북 고령군 개실마을 한과세트는 마을 주민들을 어렵사리 설득한 끝에 선보이게 됐다.
개실마을은 조선 중기 무오사화 때 화를 입은 영남 사림학파의 거두(巨頭)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선산 김씨 집성촌.
보수적인 마을 주민들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일일이 손으로 만든 한과를 상품화하기 위해 김상권 바이어는 무려 4개월 동안 주민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 100세트를 받아 내는 데 성공했다. 가격은 세트당 30만 원.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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