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로 풀어보는 경제]‘짝퉁’ 소비현상의 경제학적 진단은?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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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2006학년도 논술고사(정시)

문제

“서울 주택가 지하에 비밀 공장을 차려 놓고 대량으로 가짜 해외 명품을 만들어 팔아 온 제조업자와 유통업자들이 얼마 전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품이라면 1000억 원대에 이르는 물량이라고 한다. 가짜를 진짜처럼 똑같이 만들어 팔면서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대한민국을 가짜 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만든 이들에게 물론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들로 하여금 수십만 개에 이르는 가짜 명품을 만들게 한 것은 바로 가짜를 사들이는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살 사람이 없는 물건을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만드는 속없는 장사꾼이 있을 리 만무하다.”

성균관대의 2006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인문계) 예시문이다. 성균관대는 ‘짝퉁(모조품)’ 소비 현상을 다룬 예시문과 함께 이를 4개의 관점에서 다룬 제시문을 제공했다.

수험생이 제시문의 논지를 토대로 모조품 소비 현상의 사회 문화적 원인을 논리적 비판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 것이다.

해설

‘짝퉁’을 팔거나 사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이 때문에 짝퉁의 생산자도, 소비자도 어느 정도 가책을 느낀다.

그럼에도 짝퉁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거짓합치효과(false consensus effect·다른 사람도 나처럼 행동한다고 믿는 것)’로 설명할 수 있다. ‘남도 나처럼 짝퉁을 살 거야(혹은 만들 거야)’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거다.

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유명 브랜드의 상술과 광고 효과에 빠져 ‘브랜드 권력’에 지배당하며 획일주의에 빠지거나 정체성을 잃어가는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짝퉁 현상을 경제학적으로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소비자의 선택은 소득 수준이나 제품 가격뿐 아니라 유행에도 영향을 받는다. 비싼 명품 대신 값싼 가짜를 사는 것이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한다. 생산자도 힘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비싼 광고를 하기보다 적당히 짝퉁을 만들어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짝퉁은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유리한 선택이 아니다. 짝퉁 소비는 실속 없고 비합리적인 소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소비(誇示消費)’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다.

생산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낳는다.

외부 효과란 한 사람의 행동(짝퉁 생산자)이 제3자(명품 생산자)의 경제적 후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로열티 지급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짝퉁이 시장에 만연하면 명품 생산기업의 이익이 줄고 최악의 경우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소비자도 진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품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반대로 신기술이나 발명품은 긍정적 외부 효과를 낳는다.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한 기업이 있다면 이 디자인은 사회 전체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지식이 된다. 디자인 개발 기업은 물론 다른 기업에도 이득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가 상표나 신기술 등을 지적 재산권으로 인정하고 특허 제도로 보호하는 이유다.

한경동·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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