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과 거꾸로 했더니 8년만에 31억 부동산 부자”

  • 입력 2006년 11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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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명예퇴직금 1억2000만 원을 받고 중견 식품회사에서 밀려난 박모(46) 씨. 그는 지금 재산이 30억 원대인 부자로 변신했다.

그는 여느 명퇴자처럼 퇴직 후 부인과 함께 서울 송파구에 10평 남짓한 규모의 분식점을 차렸다. 그러나 그가 모은 돈은 부부가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운영한 분식점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를 재산가로 만든 것은 퇴직 후 단 세 번의 부동산 투자였다.

정부는 2003년 10·29, 2005년 8·31, 2006년 3·30대책 등 굵직한 부동산 규제책만 8건을 내놓았지만 그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재산을 31억2000만 원으로 늘렸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긴장했지만 정부 대책을 믿지 않고 거꾸로 간 것이 결국 득이 됐다”며 “정부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청개구리 투자’가 성공 비결=박 씨의 성공 비결은 ‘정부 규제’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라며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을 믿지 않고 오히려 ‘투자’의 기회로 삼은 것.

2003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10·29대책’ 이후 그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38평 아파트를 쉽게 분양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투기과열지구 확대, 투기지역 아파트 담보대출비율 하향 조정, 주택거래허가제 등 강경 규제 정책이 발표된 덕분.

10·29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재건축시장, 일반분양시장 할 것 없이 부동산 시장을 꽁꽁 묶어 뒀다. 김 씨는 낮아진 경쟁률 덕에 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2000만 원이었으나 최근 시가는 4억7000만 원 정도. 그는 우선 전세를 줘 투자금 중 1억2000만 원을 회수했다.

▽성공의 연속=재건축 시장에서도 그는 정부 규제의 덕을 봤다. 그는 퇴직 당시 1억2000만 원 하던 잠실4단지 13평짜리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자 2002년 4억5000만 원에 팔았다.

이 돈에 은행 담보대출 3억7000만 원(이율 4.7%로 매년 1700여만 원을 이자로 내고 있음)과 분식점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보태 박 씨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57평을 9억8000만 원에 사들여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 아파트도 노무현 정부 내내 가격이 올라 현재 시가는 매입가격의 두 배 이상인 22억 원에 이른다.

2003년 10·29대책, 2004년 2·4대책 등으로 2005년 초까지 강남권 아파트 가격과 거래량이 주춤했으나 공급도 없이 부동산실거래가신고제, 주택보유세 강화 등(2005년 8·31대책) 규제 일변도의 정부 대책 때문에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박 씨는 “강남권 수요는 많은데 정부가 실효성 있는 공급정책 없이 계속 규제로 누르기만 하니 전체 공급량이 줄어들어 재건축 예상지인 우리 집도 다시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또 1998년 외환위기로 땅값이 떨어질 때 명예퇴직금 중 일부(4500만 원)로 사놓은 경기 하남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땅 150평이 지금은 4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명퇴 당시 집과 명퇴금을 모두 합쳐 재산이 2억4000만 원에 불과하던 박 씨가 작년에 재산세 250만 원, 종합부동산세 1000여만 원을 낼 정도로 부동산 부자가 된 것.

▽그는 계속 성공할 것인가?=박 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11·15대책에도 불구하고 다른 부동산 투자처를 고르고 있다.

그는 “수지의 아파트를 팔아 강동구나 강남구 쪽의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를 사 볼 계획”이라며 “대출 규제로는 봉급쟁이들만 돈을 못 빌리게 할 뿐 돈 많은 사람은 여러 형태로 돈을 끌어올 수 있으며 나도 ‘사업자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22억 원짜리니 팔 경우 양도세가 4억 원 이상이 된다”면서 “양도세 때문에 지금은 못 팔고 내년에 이 아파트가 26억 원 이상이 되면 양도차액의 50%를 세금으로 내더라도 지금보다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양은열 YEL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박 씨의 성공담에 대해 “사실 박 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분식점에서 보내는, 부동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며 “문제는 정부 대책을 믿지 않는 박 씨 같은 ‘청개구리 투자자’가 대박을 터뜨려 많은 사람을 극도의 허탈감에 빠지도록 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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