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도 ‘국적 세탁’… “외제차 처럼”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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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판매 영업사원 이모(30) 씨는 요즘 미국 ‘시보레’ 자동차의 엠블럼을 구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차의 앞뒤에 붙은 GM대우자동차의 엠블럼을 떼어내고 시보레 엠블럼을 붙이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아 사은품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씨는 “어떤 고객들은 출고 때부터 대우 엠블럼 대신 아예 시보레 엠블럼을 붙여서 인도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수출형 브랜드-원조모델로 개조

최근 GM대우와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생산된 차종을 중심으로 해외에서 판매되는 같은 차종과 똑같이 외관을 개조하는 ‘국적 세탁’이 특히 젊은 층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된 GM대우 차종들이 외국에서는 GM 산하의 시보레나 뷰익, 홀덴, 스즈키 등의 브랜드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티즈는 시보레의 ‘스파크’로, 토스카와 매그너스는 시보레의 ‘에피카’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윈스톰과 라세티, 젠트라도 시보레의 캡티바, 옵트라, 아베오 등으로 이름이 바뀌어 수출된다. 르노삼성차의 뉴 SM5는 일본 닛산자동차의 티아나를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하는 방식이어서 외관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GM대우 차종들은 수출형 브랜드로, SM5는 원조 모델인 티아나로 개조하는 것이 성행하고 있다. 과거 대우차의 아카디아는 혼다(어큐라) 레전드, 기아차의 엘란은 로터스 엘란, 현대차의 갤로퍼와 싼타모는 미쓰비시의 샤리오와 파제로 등으로 엠블럼과 로고를 바꾸기도 했다. 쌍용자동차의 무쏘와 이스타나에 벤츠 마크를 붙이는 것이 유행한 적도 있다.

○외화낭비 지적

개조는 단순히 엠블럼만 바꿔 붙이는 ‘초보’ 수준에서부터 △차명 로고(글자체) △라디에이터 그릴 △브레이크 램프 △사이드 미러 △휠 커버 △변속기 레버 △범퍼 세트까지 교체해 거의 완벽하게 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가격은 엠블럼과 로고가 3만∼4만5000원이며, SM5에 들어가는 닛산 티아나의 브레이크 램프 세트는 30만 원, 휠 세트 100만 원 등이다.

라세티를 수출형으로 완벽하게 바꾸려면 30만 원, SM5를 티아나로 바꾸는 데는 최고 300만 원까지 들어간다.

특히 티아나의 개조용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하는데 고가(高價) 수입차의 부품가격과 맞먹어 외화낭비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들 개조용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은 50개에 이르며 일부 업체는 전문적으로 개조해 주며 30만 원대, 100만 원대 등 패키지 상품을 팔기도 한다.

○국산차의 자존심과 정체성 문제

최근 120만 원을 들여 SM5를 티아나처럼 바꾼 정모(32·경기 용인시) 씨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개성의 표현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고객들의 개성 표현도 좋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GM대우 측은 “GM대우가 원조모델인데도 수출형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GM대우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높아 상황을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허가 없이 외관을 다른 차종으로 개조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며 “한국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가 빨리 높아져야 이 같은 낭비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국적 세탁이 시도되는 국산 차종
회사차종국적 세탁 브랜드
현대자동차뉴그랜저 싼타모갤로퍼미쓰비시(일본)
기아자동차엘란로터스(영국)
대우자동차마티즈 라세티 젠트라토스카 윈스톰시보레 뷰익 폰티액 스즈키 홀덴(미국 GM 산하 브랜드)
대우자동차아카디아혼다(어큐라·일본)
르노삼성자동차뉴 SM5닛산(일본)
쌍용자동차무쏘 이스타나메르세데스 벤츠(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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