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쏙쏙…매출이 쑥쑥…광고-식품업계 ‘리메이크’ 바람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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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및 마케팅 분야에서 옛날 제품과 브랜드를 재활용하는 ‘리메이크 기법’이 유행하고 있다.

30년 전 인기를 모았던 과자가 새 이름을 달고 나오는가 하면 ‘테트리스’와 ‘갤러그’ 등 과거 오락실 인기 게임이 휴대전화 모바일 게임에서 매출 상위에 올랐다.

새 기억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리메이크 기법’은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특히 불황기에 유행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 옛 맛과 냄새를 활용하는 식품업계

리메이크 바람이 시작된 곳은 식품업계다. 맛과 냄새는 잘 잊혀지지 않는 감각이어서 리메이크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1976년 이 회사의 ‘1호 제품’인 ‘붐비나’를 최근 ‘꿀맛이네’라는 이름으로 새로 내놨다. 맛은 같고 이름만 다르다.

이 회사는 ‘하비스트’ ‘빠다코코낫’ 등 한때 생산을 중단했던 제품을 최근 다시 만들어 팔고 있다. 하비스트는 월평균 15억 원, 빠다코코낫은 월평균 20억 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과자 시장에서는 한 제품의 월평균 매출이 5억 원을 넘으면 성공작으로 본다.

롯데제과 측은 “불황 때는 소비자들이 과거에 즐겼던 먹을거리를 찾는 속성이 있다”며 “과자의 주 소비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장년층으로 확대된 것도 ‘옛 맛’이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의 ‘상큼한 현미흑초 사랑초’ 광고에선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광고는 2001년 정우성과 중국 배우 장쯔이가 모델로 등장했던 ‘2% 부족할 때’(롯데칠성)의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 게임과 담배에까지 번진 리메이크

휴대전화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게임들이 인기다.

KTF의 무선인터넷서비스 ‘매직엔’에서는 ‘갤러그’ ‘너구리’ ‘보글보글’ ‘테트리스’ 등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게임이 매출 순위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휴대전화는 작동버튼이 한정돼 있는 만큼 단순한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KT&G도 1988년에 단종된 ‘아리랑’ 담배를 다시 내놨다. 아리랑 브랜드는 1958년 첫선을 보인 뒤 명멸을 거듭했다.

이 회사는 한 브랜드에서 여러 제품군을 내놓는 ‘패밀리 브랜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에쎄’의 경우 ‘에쎄 라이트’ ‘에쎄 원’ ‘에쎄 순’처럼 타르의 함량과 맛, 향에 따라 같은 브랜드를 쓰는 6개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기존 제품과 브랜드의 ‘재활용’이 잇따르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KT&G 홍보팀 박원락 과장은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면 이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기존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다양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게 리메이크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강진석 팀장은 “이미 각인된 기억을 연상시키는 방법은 감성을 움직여 제품 또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강화하는 데 효과가 높다”고 강조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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