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미룰 뿐인데 세금 더 내라니”

  • 입력 2006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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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 없는 맞벌이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반발

‘딩크족’인 황모(서울 송파구 풍납동·33) 씨는 최근 정부의 소수(少數)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방침에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딩크(DINK)란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자로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둘이 벌지만 매달 양가 부모님을 돕다 보니 아이를 가질 만한 여유가 없다는 황 씨는 “정부가 먹고살기 바빠 아이를 안 갖거나 늦게 갖는 추세를 고려하지 않고 이런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재정경제부가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등을 담은 세제(稅制) 개편안을 발표한 뒤 이런 불만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가족 수가 적어 그동안 소수공제자 혜택을 받던 근로자 가운데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따라 내년부터 공제를 못 받고 세 부담이 늘어나는 근로자는 430만 명에 이른다.

재경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누리꾼의 글이 3일까지 수백 건 올라왔다.

이들은 최근 일련의 인구 관련 조사를 보더라도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후 첫째 아이를 출산하는 시기는 점차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적 형편 등으로 아이 낳는 시기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 준다.

결혼 후 2년이 되기 전에 첫째 아이를 낳는 비율은 2000년 77.5%였지만 2005년에는 71.4%로 6.1%포인트가 줄었다.

그러나 결혼 후 2년 이상∼4년 미만에 첫아이를 낳는 비율은 2000년 16.8%에서 2005년에 20.2%로, 결혼 뒤 4년 이상∼6년 미만에 첫아이를 갖는 비율도 2000년 3.5%에서 2005년 5.4%로 각각 늘었다.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높아지는 자녀 양육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아이를 갖는 비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05년에 태어난 신생아 43만8062명 중 첫째 아이는 22만4863명, 둘째 아이는 16만7867명이다. 2000년과 비교할 때 첫째 아이는 29만9617명에서 24.9% 감소했지만 둘째는 26만9022명에서 37.6% 줄어든 것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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