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적극개입 ‘장하성 펀드’ 논란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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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증시에서는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23일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지분 5.15% 매입과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등장한 장하성 펀드는 ‘주주 지상주의’ 논쟁을 다시 촉발하면서 주가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장하성(경영대학장) 고려대 교수에 대해서도 ‘주주행동주의의 리더’라는 격려와 ‘외국 자본의 대리인’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주주가치 높이는 건 기업 의무”

저(低)평가된 기업을 골라 기업경영에 간섭하고, 주가를 올려 차익을 노리는 유형의 투자펀드는 미국에선 이미 1980년대부터 유행했다.

장하성 펀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가 이상하냐”는 반응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주식시장에 상장했다면 경영진은 마땅히 주주를 위해 일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 없다면 기업을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맹기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부원장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이 길게 보면 회사에 도움을 준다”며 “소버린 사태를 겪은 SK㈜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남 좋은 일만 시킬 것”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산매각, 배당금 증액 등 주주 중심정책에 치우친 나머지 투자를 소홀히 해 미래 성장동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하성 펀드가 SK㈜와 KT&G를 공격한 소버린이나 칼 아이칸 측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무는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개선을 표방하고 있지만, 최종 목적은 기업의 잠재적 가치를 시장에 알려 시세차익을 얻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대주주 지분이 70%가 넘는데 5%의 지분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국내 증시의 수급을 건드려 주가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장하성 펀드 등장 이후 나타난 비정상적인 주가 흐름으로 소액투자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결국은 시장이 결정할 것”

어떤 기업지배구조가 이상적인 지배구조인지는 무 자르듯 쉽게 결론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 교수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주주만이 아닌 기업의 모든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배구조”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력한 오너 리더십으로 회사를 발전시켜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극대화하는 회사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강신우 부사장은 “장하성 펀드의 성공 여부와 이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주가는 물론 미래의 기업 성장성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의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펀드::

고려대 장하성 교수가 올해 4월부터 외국인투자가들을 중심으로 1200억 원의 자금을 모집해 만든 펀드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가 정식 명칭이다. 중견기업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주가가 오르면 팔아 수익을 내겠다는 펀드로, 운용은 미국 라자드 에셋매니지먼트의 한국 책임자인 존 리 씨가 맡고 장 교수는 투자고문으로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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