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떨고있다…증권사 자본시장통합법 폭풍전야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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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 증권사 경영권 매각… 조직개편 태풍

18일 증권가에는 눈길을 끄는 두 가지 뉴스가 전해졌다.

하나는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의 경영권 매각. 강 회장은 이날 유진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며 “자본시장통합법 도입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대주주가 개인인 경우 자금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말을 남겼다.

또 하나는 현대증권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직접투자(PI)본부를 신설해 투자은행(IB) 영업을 강화하고, 파생상품본부와 금융공학팀, 상품기획팀 등을 만들어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조직 개편의 주목적은 종합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뉴스의 초점은 모두 2008년부터 시행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안)에 맞춰져 있다.

국내 금융계에 ‘빅뱅’을 가져올 자본시장통합법에 대비한 증권회사들의 지각 변동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입법 예고된 이 법은 금융투자회사의 ‘벽 허물기’가 주 내용이다.

지금까진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 회사별로 업무 경계선이 명확했다.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하나의 금융투자회사가 주식 펀드 선물 투자자문 등 모든 업무 영역을 다룬다.

증권선물거래소의 엄제용 법무팀장은 “법의 취지는 겸업을 허용해 금융업계가 자발적으로 규모와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는 데 있다”며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본금을 늘리거나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메릴린치’나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탄생시키기 위해 정부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는 이런 것이다.

○ 대형 업체 몸집 불리기-투자기법 개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위기이자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지만 몸집을 불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수익의 70∼80%를 중개 수수료에 의존할 정도로 수익 구조가 치우쳐 있다.

한국증권 기획조정실의 송재호 차장은 “외국계 회사의 시장 진입도 쉬워지기 때문에 현재보다 자본 규모를 키우고 수익원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최근 발걸음이 분주하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는가 하면 해외 금융그룹과의 업무 제휴로 금융 기법 전수를 꾀하고 있다.

핵심은 자기자본직접투자다. 그동안 거래를 중개하고 손님한테 수수료를 받는 게 주 업무였는데 이제 주식 채권 등 직접 투자로 고부가가치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카지노 딜러가 팁만 받다가 직접 게임에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은 이런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 중소업체 생존 몸부림

“거래량이 줄어 올해 수익이 작년의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금융 당국은 계속 중소형 증권사들은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난리고…. 우린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요.”

한 소형 증권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규모가 작은 증권사들은 지금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손님이 편리하게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형 증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중소형 증권사 간의 합병도 쉽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의 변재상 이사는 “업무 중복이 많아 시너지 효과가 거의 없다”며 “아마 ‘1+1’ 하면 ‘1.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증권의 김종근 전무는 “중소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처럼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기업의 사례처럼 금융업에 진출하고 싶은 기업의 중소 증권사 인수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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