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를 사수하라?…정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 입력 2006년 7월 7일 03시 08분


코멘트
《경제정책 방향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가 6일 밝힌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의 가장 큰 특징은 동반성장-사회복지에 무게중심이 주어졌던 지금까지와 달리 경기 활성화-규제완화 쪽으로 바뀌었음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정책과 부동산 정책에서도 재계가 요구해온 내용을 많이 받아들였다. 이런 측면에서 규제완화와 부동산 관련 세금 인하 등 긍정적 평가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다만 경기를 살리는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커질 우려가 있고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지나친 단기 부양책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경기 활성화로의 급선회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달라진 배경에는 여당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5·31지방선거 참패의 중요한 원인이 경제 실정(失政)과 경기침체에 있다고 보고 있는 여당은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대통령선거도 어렵다고 보고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로서도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고유가와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15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로서는 이런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목표로 삼고 있는 5%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여당의 요구가 겹치면서 방향을 바꿀 명분을 만든 셈이다.

○ 기업규제 완화와 서비스업 지원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형태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을 달래기 위해서는 이를 더 유지할 명분이 별로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총제 대신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비슷한 형태의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정부는 또 서비스업 관련 기업이 보유한 전국 토지에 재산세를 매길 때 소재지별로 토지를 분리해 과세표준(과표·세금부과 기준금액)을 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진 과표 산정 때 전국 토지를 합했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컸다.

공공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고가(高價) 의료장비 이용료와 대학병원 교수 특진비 등을 보장해주는 ‘보충형 민간의료보험’도 나온다.

앞으로 의료기관들이 병원비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면 일반 병원보다 비싼 고급병원이 등장하는데 보충형 보험은 이런 고가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행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보완해 한국인 근로자를 새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를 현행 상한선보다 더 많이 뽑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복지재원 마련방안으로 비과세감면 축소를 강조하면서도 이번에 주택보조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등 10개 항목의 일몰시한을 연장한 것은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 정책신뢰 얻고 재정악화 대비해야

인천대 옥동석(경제학) 교수는 “국민의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가 2004년과 2005년에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했어도 효과가 없었던 것”이라며 “신규 재정 투입에 앞서 방만한 재정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고용시장 불안으로 국민 개개인의 실질소득이 거의 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정부는 전체 성장률 목표치 달성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숨통 트이는 부동산 정책▼

주택 취득-등록세 인하… 분양 아파트 세율 조정

하반기 정책운용방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하반기에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동산 거래세를 낮추기로 방침을 확정한 것이다.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세 부분에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기존 주택을 살 때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신규 분양 주택의 취득·등록세를 더 많이 내려 개인 간 주택거래와 신규 분양 주택 취득 때 발생하는 세금 격차를 줄이기로 했다.

또 9월까지 서울 강북지역에 2, 3개 재정비 촉진지구를 지정해 대대적인 재개발에 들어간다.

정부는 현재 개인 간 주택 거래에 적용되는 취득·등록세율 2.5%(농어촌특별세 등 포함)와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내는 취득·등록세율 4.0%를 하반기 중 낮추기로 했다.

또 두 경우의 세율이 1.5%포인트나 차이 나는 것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규 분양 아파트 취득 때 내는 세금의 인하폭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또 강북지역에 재정비 촉진지구를 지정하고 건축 규제를 크게 완화할 계획이다.

이들 지구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15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다른 지역은 15층 층수 제한을 받고 있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소형 주택을 80% 이상 지어야 하는 규정도 대폭 완화돼 60%까지 낮춰진다.

이 지구에는 공영형 혁신학교 설립을 적극 유치하며 병원과 학원 등 생활시설에 대한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기업들이 본사를 옮겨 올 경우 과밀부담금을 면제해 준다.

한편 읍면 지역의 골프장 관광호텔 물류창고 등 서비스업용 토지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물리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제조업체가 읍면 지역에 공장을 갖고 있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관광레저 유통업체는 내야 하던 것을 시정하기로 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실생활에는 어떤 도움이▼

취학전 아동 태권도 수영 등 교육비 소득공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중에는 국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사안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유아의 교육비 소득공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지금은 보육시설과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교육비에 대해 1명당 연간 200만 원 한도에서 소득공제가 되고 있다.

미술·음악학원 등은 하루 3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다녀야 소득공제 대상이다.

정부는 태권도장이나 수영·축구교실 등 체육시설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최영록 소득세제과장은 “체육시설도 하루 3시간 이상, 주 5일 이상 다녀야 한다는 조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결제한 매출액이 늘어나면 소득세를 줄여 주는 수입금액 세액 공제 시한을 올해 말에서 2008년 말로 연장한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으로 결제한 매출 증가분의 50%에 상당하는 세액까지 소득세에서 제외해 준다.

무주택 근로자가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를 얻기 위해 회사에서 지원 받은 주택 보조금에 대해 소득세 비과세를 적용하는 조항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는 임신이나 출산 기간에 근로계약이 끝나더라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출산 후 계속고용 지원금’ 제도가 1일부터 시행됐다. 임신 34주 이후나 출산휴가 중에 근로계약이 끝나는 여성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사업주에게 6개월 동안 월 4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