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쫓고 쫓기는 통신위와 이통업계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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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싼값에 물건을 사려는 건 소비자의 본능적인 욕구인데 이를 정부가 막겠다고 나서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요?” 이동통신회사들이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732억 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린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본보 27일자 A2면 참조). 그러나 통신위는 위반 행위가 뿌리 뽑힐 때까지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동통신업계와 통신위 간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징금 부과해도 그치지 않아

통신위가 26일 SK텔레콤, KTF, LG텔레콤, KT 등 4개사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경쟁이 과열되면 장기적으론 고객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정종기 통신위 사무국장은 “불법 보조금을 방치하면 장기 우량 고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지급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과징금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불리는 SK텔레콤의 과징금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보조금을 얹어 주면서 가입자들을 빼 가는데 넋 놓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고 항변했다. 이 회사는 ‘1등 회사’라는 이유로 위반 행위가 적발되면 가중 처벌돼 과징금 수위가 높아지게 된다.

이동통신사들은 2008년 3월이면 없어질 예정인 ‘보조금 규제’에 정부가 매달리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놓는다.

○과징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나

통신위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과징금은 모두 정부에 들어간다. 정부회계상 분류 항목은 통신사업특별회계(정보통신부문).

2000년부터 지금까지 부과한 과징금 2750억 원은 정통부 공무원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경비와 정보화사업, 전파관리사업, 국제협력사업 등 통신서비스에 주로 사용됐다. 이동통신회사나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기업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내다 보면 결국은 고객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과다한 과징금을 받게 되면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과 함께 고객들은 서비스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우리가 담합을 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이처럼 많은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통신위의 시장감시능력과 전문성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위 측은 “법을 어기면서 부당이득을 챙겼으므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통사들은 고객을 차별하면서 불법 보조금을 은밀하게 주지 말고 약관을 통해 합법적인 보조금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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