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만에 6300만병…소주역사 새로 쓰는 두산 ‘처음처럼’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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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 병 주세요.”(손님)

“‘처음처럼’ 드릴까요?”(종업원)

주류판매에서 식당 등 요식업소 종업원들의 파워는 막강하다. 이들의 말 한마디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서울에선 식당 종업원들이 두산 소주 ‘처음처럼’을 권하는 비율이 부쩍 높아졌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출시 9개월 전부터 감성영업

두산주류BG에서 영업사원 6년째인 성필용(35) 씨.

서울 중구 무교동과 다동 지역 영업을 맡고 있는 그는 오후가 되면 식당으로 나가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한다.

“업소에 나가 ‘이모님’(식당 아주머니)들과 파, 야채를 다듬고 설거지에 청소까지 하죠. 심지어 은행 심부름할 때도 많아요.”

두산은 1년 전부터 이런 식의 ‘감성(感性)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서울의 7개 지점, 52개의 상권에서 영업사원들이 낮부터 저녁까지 음식점을 찾아가 무료 봉사로 호감을 얻는 전략.

‘처음처럼’이 출시된 게 올해 2월이니 9개월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한 셈이었다.

두산주류BG의 김일영 마케팅 상무는 “우리 직원 규모가 진로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진로에 비해 모든 게 열세니 길을 뚫는 방법은 죽어라고 발로 뛰는 거였죠”라고 말했다.

○일부선 장수할지 의구심

두산이 ‘처음처럼’의 병당 출고가를 800원에서 730원으로 내린 건 파격이었다.

가격인하 부담을 스스로 떠안아야 하는 출혈이 있었지만 단시간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이만한 수단이 없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가격인하 전략은 두산주류BG 한기선 사장이 1998년 진로 영업본부장으로 몸담고 있을 때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썼던 방법이다.

소비자를 상대로 한 아이디어 마케팅도 히트를 쳤다.

두산은 용량 120mL짜리 작은 병에 든 미니어처 150만 병을 무료로 나눠 줬다. 소비자가 일단 맛을 봐야 다시 찾는다는 판단에서였다. 여론을 형성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은 광화문, 강남과 젊은이들이 많은 신촌 등 서울의 타깃지역을 집중 공략해 입소문이 퍼지게 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처음처럼’은 출시 100일 만에 6300만 병을 판매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제품을 내놓은 지 두 달 만에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시장점유율도 두 자릿수(11.8%)를 넘었다.

수도권에서 진로의 시장점유율이 90%대 밑으로 떨어진 건 2001년 이후 5년 만이다.

하지만 소주업계에서는 “가격인하라는 ‘충격요법’을 쓴 데다 250억 원에 이르는 판촉비용을 쏟아 부은 결과”라며 “여름이 끝나는 8월 이후까지도 돌풍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진로는 22일 ‘참이슬’이 출시 7년 7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00억 병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처음처럼’이 ‘참이슬’처럼 장수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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