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기아차 사장 출국금지

  • 입력 2006년 4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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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몽구(鄭夢九) 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을 3일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또 정 사장이 2001년부터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늘려 가는 과정에서 그룹 기획총괄본부와 계열사 임원 등이 불법 행위에 개입한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 중이다.

검찰이 정 사장을 전격적으로 출국금지하고 정 회장 부자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정 회장 부자를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 행위와 관련해 사법처리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법 행위를 의심할 만한 자료를 확보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3일 이와 관련해 “압수수색에서 비자금 이외의 추가 단서가 포착됐다”며 “비자금을 중심으로 진행돼 온 수사 기조가 조금 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이 아닌 부분에 대한 수사가 비자금과 함께 병행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올해 2월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지분 30%를 소유한 본텍의 주식평가액을 높게 책정해 현대오토넷에 흡수 합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순환출자구조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기아차에 대한 정 사장의 지분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글로비스와 엠코 등에 그룹의 사업 물량을 몰아준 게 불법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정 회장이 2일 사전 협의 없이 미국으로 출국한 것과 관련해 앞으로 정 회장의 미국 체재가 수사에 지장을 준다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이 도피성 출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현대차그룹 측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수사해 왔지만 현대차그룹 측에서 협조를 안 할 수도 있다고 판단되면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되 수사는 원칙과 정도에 따라 단호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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